농지에 화장실·주차장 설치 허용…농지법 개정안 국회 통과

농지 안에 화장실과 주차장 같은 농작업 편의시설을 둘 수 있게 되면서 농업인이 현장에서 겪던 불편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회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농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농작업에 필요한 편의시설 부지를 ‘농지의 범위’에 포함한 데 있다. 지금까지는 농지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 범위가 제한돼 화장실이나 주차장처럼 작업에 필요한 시설도 별도 농지전용 절차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화장실, 주차장 등이 농지 안에 설치 가능 시설로 인정돼 복잡한 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조성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작업 도중 인근 건물이나 마을회관까지 이동해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던 불편이 줄어들게 됐다. 농기계와 작업 차량, 자재 운반 차량을 세울 공간을 따로 확보하지 못해 농로 주변이나 진입로에 임시 주차하던 문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수확철이나 공동작업 시기처럼 차량 출입이 잦은 때에도 작업 동선이 한층 정리될 수 있게 됐다.
여성·청년 농업인이 꾸준히 제기해온 현장 애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농작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위생시설조차 확보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법 개정으로 제도권 안에서 다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현장 의견을 반영해 화장실과 주차장 설치 문제를 국회와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지방정부 역할도 넓혔다. 농지의 규모화·집단화를 촉진하는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 주체에 시·도지사를 추가했다. 그동안 이 사업은 제도는 있었지만 지역별 여건에 맞는 실행 모델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광역지자체가 직접 사업 주체로 참여해 지역 특성에 맞는 공동영농, 집단 경작, 농지 이용 효율화 방안을 설계할 수 있는 폭이 커지게 됐다.
농촌특화지구 조성 절차도 단순해진다. 개정안은 삶터·일터·쉼터 기능을 함께 갖춘 농촌 공간을 조성할 때, 지구 조성 목적에 맞는 시설에 대해서는 기존 농지전용 허가 대신 신고만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허가를 받기 위해 여러 단계 심사를 거치던 절차가 신고로 간소화되면서 사업 착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농촌에서 체류·생산·서비스 기능을 함께 배치하려는 사업도 추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절차 간소화에 따른 관리 공백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촌특화지구 내 시설 설치가 기존 허가에서 신고로 전환되면서 사업자는 사전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행정기관이 설치 목적과 규모, 입지 적정성을 사전에 걸러내는 기능은 축소된다.
문제는 시설 범위 해석이다. 법은 ‘농촌특화지구 조성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체류형 시설, 판매시설, 체험시설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 적용될 여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농업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시설까지 포함될 경우 사실상 농지의 비농업적 이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설치 이후 관리 단계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고 방식은 사후 점검을 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자체가 실제 설치 내용과 운영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인력과 관리 체계로는 모든 사업장을 상시 점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검 주기가 길어질 경우 당초 신고 내용과 다른 용도로 운영되더라도 적발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시설 규모 확대나 용도 변경을 둘러싼 문제도 예상된다. 초기에는 소규모 편의시설로 신고한 뒤 운영 과정에서 시설을 확장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농지 훼손이나 사실상의 전용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사전 심사 절차가 없는 만큼 행정 대응이 뒤늦게 이뤄질 수 있다.
지역별 기준 차이도 변수로 꼽힌다. 농촌특화지구 운영과 시설 허용 범위에 대한 세부 기준을 지자체가 설정하게 될 경우 동일한 유형의 시설이라도 지역에 따라 허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역으로 시설 설치가 몰리는 ‘풍선 효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신고 중심 체계에서는 사후 관리 기준과 점검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설치 가능 시설 범위와 규모, 용도 변경 기준을 구체화하지 않을 경우 제도 취지와 달리 농지 이용 관리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쳐 6개월 뒤 시행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29일 “이번 농지법 개정은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는 체감형 규제 개선에 중점을 뒀다”며 “지자체 자율성을 높여 농촌 공간 활용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