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송창식 노래 20곡,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피리 부는 사나이’ 6월 개막

‘영수’ 역을 맡은 배우 김리현. 국립정동극장 제공

197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으로 불렸던 송창식의 음악이 주크박스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정동극장은 아트로버컴퍼니와 공동 제작한 뮤지컬 ‘피리 부는 사나이’를 오는 6월 12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100분이며, 7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송창식의 대표곡 20곡을 엮어 만든 작품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비롯해 ‘고래사냥’, ‘담배가게 아가씨’, ‘가나다라’ 등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은 히트곡들이 극 안에서 새롭게 편곡돼 관객과 만난다. 송창식의 노래가 영화나 공연에 개별적으로 쓰인 적은 있지만, 그의 음악만으로 구성된 본격 주크박스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소개됐다.

작품은 송창식의 노래가 탄생한 1970년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삼는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하루를 버티고, 사랑하고, 꿈을 붙들며 각자의 신념을 지켜가는 과정을 그린다. 청바지와 통기타, 생맥주로 상징되는 송창식 음악의 자유로운 정서가 식민지 시대 청춘의 삶과 만나면서, 노래가 품은 저항성과 낭만을 다른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뮤지컬의 제목이 된 ‘피리 부는 사나이’는 단순한 히트곡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피리 소리에 이끌려 사람들이 움직이는 원작 설화의 이미지처럼, 이 작품에서도 노래는 사람을 모으고 위로하며 시대를 건너는 힘으로 쓰인다. ‘고래사냥’의 탈주와 모험, ‘담배가게 아가씨’의 해학, ‘가나다라’의 리듬감은 각각 청춘의 방황과 사랑, 생존의 유머를 표현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도 젊은 창작자 중심으로 꾸려졌다. ‘비틀쥬스’, ‘킹키부츠’ 등에 참여한 심설인이 연출을 맡고, ‘드림하이’의 박재현 음악감독이 송창식의 원곡을 무대 언어에 맞게 재해석한다. 원곡의 친숙함을 살리면서도 극의 시대적 배경과 인물 감정에 맞춰 어떻게 편곡하느냐가 작품의 완성도를 가를 핵심이다.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노래로 사람을 위로하는 청춘 ‘영수’ 역은 최민우, 김리현, 조성태가 맡는다. 비밀을 품은 경성의 스타 ‘지혜’ 역에는 이태은과 이루원이 이름을 올렸다. 공연 예매 사이트에는 윤석현, 조강현 등도 출연진으로 소개돼 있다.

이번 작품은 최근 공연계에서 활발해진 한국 대중음악 기반 주크박스 뮤지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익숙한 노래를 무대 서사와 결합하면 관객은 음악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작품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히트곡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칠 경우 극적 긴장감이 약해질 수 있다. 송창식의 노래들이 일제강점기 청춘 서사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기능하느냐가 관건이다.

송창식 음악의 장점은 시대를 뛰어넘는 말맛과 리듬, 그리고 한국적 정서다. 그의 노래에는 익살과 서정, 방랑과 저항, 민요적 호흡과 포크의 자유로움이 함께 들어 있다. 이 음악을 뮤지컬 무대가 제대로 품어낸다면, ‘피리 부는 사나이’는 단순한 추억 상품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과 창작뮤지컬이 만나는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의 승부처는 두 가지다. 하나는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노래를 얼마나 새롭게 들려줄 수 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송창식의 음악이 품은 청년성을 오늘의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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