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말’로 본 권력과 이동…국가유산청, 기획전서 인간과 말의 관계 추적

[사진:토우 제공:국가유산청]

말은  권력과 이동, 전쟁의 구조를 함께 형성해온 존재다. 국가유산청이 ‘말’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통해 이 관계를 다시 묶었다.

국가유산청은 9일부터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에서 특별전 ‘말, 영원의 질주’를 연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간과 함께해온 말의 역할을 유물과 이미지로 정리한 전시다.

전시는 ‘시간’보다 ‘기능’에 따라 구성됐다. 신라 토우부터 가야 말 갑옷, 현대 조형 작품까지 시대가 다른 자료가 한 공간에 배치됐다. 단순 연대기 대신 말이 수행한 역할을 기준으로 묶은 방식이다.

1부에서는 신라 말 모양 토우와 기마 행렬이 표현된 토기 재현품이 전시된다. 말이 일상과 의례에 함께 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전쟁과 연결된 말의 기능이 강조된다. 가야 말 갑옷과 말갖춤 재현품이 포함됐다. 말이 이동 수단을 넘어 전투 체계의 일부였다는 점을 드러낸다.

3부는 장식과 권력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경주 쪽샘 유적에서 출토된 말다래 재현품과 장식 요소가 함께 소개된다. 비단벌레 장식 등 화려한 장비는 말이 지위와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

4부에서는 현대 작업이 배치됐다. 조형 작가 제이크 리의 작품 ‘곁에’가 포함됐다. 어미 말과 새끼의 형태를 통해 관계와 돌봄을 주제로 확장했다. 전통 유물과 현대 조형을 같은 맥락 안에 두는 구성이다.

마지막 5부는 자연유산으로서의 말을 다룬다. 천연기념물 제주마를 촬영한 사진이 전시된다. 국가유산청과 협업한 촬영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역사적 존재에서 현재의 생태 자원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연결했다.

전시 구성은 유물 재현품, 공예, 현대 작품, 사진, 디지털 이미지가 혼합된 형태다. 단일 장르 전시가 아니라 매체를 섞어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전시 공간으로 백화점이 선택된 점도 특징이다. 박물관이 아닌 상업 공간에서 유산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전시를 통해 유산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말을 단순 동물이나 과거 유물이 아니라 문화와 자연을 연결하는 요소로 제시했다.

다만 전시 밀도는 제한적이다. 재현품 중심 구성과 짧은 전시 기간을 고려하면 깊이 있는 해석보다는 개념 제시에 가까운 형태다. 체험형 콘텐츠보다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유산 전시는 형식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유물 중심에서 벗어나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는 방식이 늘고 있다. 백화점, 복합문화공간 등 장소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번 전시는 ‘말’이라는 단일 소재를 통해 이동, 전쟁, 권력, 자연이라는 요소를 한 번에 묶은 사례다. 전시가 전달하는 메시지보다 구성 방식이 더 눈에 띈다.

전시는 25일까지 이어진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