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값만 5000억…신간 ‘탐나는 현대미술’이 풀어낸 현대미술 시장의 작동 방식

현대미술 시장에서 수십억 원대 작품 거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가 작품에 대한 대중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작품 가격과 시장 구조를 함께 설명하는 입문서가 잇따라 출간되는 흐름이다.
신간 『탐나는 현대미술』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책이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데이비드 호크니, 론 뮤익, 니콜라스 파티 등 현대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 24인의 작품과 이력을 정리했다. 책에 수록된 주요 작품 가격을 합산하면 약 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출판사는 알에이치코리아이며 296쪽, 정가는 2만8000원이다.
저자인 김슬기 기자는 매일경제에서 미술 시장과 전시를 취재해온 현직 기자다. 경매 현장과 아트페어, 갤러리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뿐 아니라 거래 구조와 가격 형성 과정을 함께 풀어냈다. 작품 감상 중심 서술에서 벗어나 시장 관점에서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책은 두 축으로 구성됐다. 먼저 ‘초현대미술’ 흐름을 보여주는 작가군을 통해 최근 시장을 이끄는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을 다룬다. 니콜라스 파티는 그래피티에서 출발해 대형 벽화와 초상화 작업으로 미술관과 시장에서 동시에 주목받았다. NFT 작가 비플은 디지털 작품을 경매 시장에 진입시키며 거래 방식 자체를 바꾼 사례로 소개된다. 아드리안 게니는 작품 수를 제한하는 전략으로 희소성을 높였고, 매튜 웡과 아모아코 보아포는 짧은 활동 기간에도 강한 시장 반응을 이끌어낸 사례로 제시된다.
또 다른 축에서는 20세기 거장들의 작품과 시장 영향력을 다룬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회화 시장에서 최고가 기록을 이어온 작가로,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작업으로 시장과 미술사 양쪽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회화와 디지털 작업을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시장 가치를 확장해왔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여성 작가의 위상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되며, 론 뮤익은 극사실주의 조각으로 관람 경험 자체를 변화시킨 사례로 소개된다.
책은 개별 작가 소개에 그치지 않고 미술 시장의 작동 원리를 병행해 설명한다. 컬렉터, 갤러리, 경매가 결합된 구조 속에서 작품 가격이 형성되고, 특정 거래 기록이 작가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는 점을 짚는다. 실제로 2022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헤르난 바스의 작품이 약 20억원에 낙찰된 이후 해당 작가는 ‘100만 달러 작가’로 분류되며 시장 평가가 재조정됐다.
시장 규모도 확대 흐름을 보인다. Art Basel과 UBS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는 약 650억달러로 집계됐다. 상위 작가와 작품에 거래가 집중되는 구조도 함께 확인됐다. 고가 작품 중심 시장과 중저가 작품 시장 간 양극화도 심화되는 추세다.
디지털 전환도 중요한 변수다. 온라인 경매와 아트페어가 결합되면서 거래 접근성이 높아졌고, NFT와 디지털 아트가 새로운 수요를 형성했다. 물리적 작품 중심이던 시장 구조가 일부 재편되는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미술 시장은 투자 자산 성격이 강화됐다. 아트페어와 경매 시장 확대와 함께 일부 작품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미술품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편입되는 흐름이다. 동시에 전시 해설, 강연, 콘텐츠 등이 늘어나며 대중 접근성도 확대됐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미술을 감상 대상이 아니라 시장 구조로 읽는 방식을 제시한다. 작가의 작품과 가격, 거래 기록을 함께 제시하며 작품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현대미술은 예술성과 시장 논리가 결합된 영역으로 평가된다. 작품 가격을 둘러싼 논쟁은 예술의 의미뿐 아니라 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난해하다는 인식으로 거리감을 느껴온 독자에게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현대미술을 접근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