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부여 관북리서 백제 목간 329점 출토…궁중 음악 흔적도 확인

부여 관북리 유적 발굴지 전경. 목간은 배수로1호에서, 악기는 수혈 19호에서 출토됐다. 국가유산청 제공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1500년 전 백제 사비기의 행정 운영과 궁중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이 대거 확인됐다. 특히 목간 수백 점과 함께 관악기 흔적까지 발견되면서, 백제 왕궁의 실체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성과는 목간 329점의 출토다. 이는 국내 단일 유적에서 나온 목간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목간은 종이가 널리 쓰이기 전 문서 기록에 활용하던 나무 조각으로, 당시 행정과 실무의 흔적을 담고 있는 자료다.

관북리 유적은 백제가 538년 사비로 천도한 뒤 왕궁이 들어섰던 핵심 지역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1980년대부터 여러 차례 조사에서 대형 건물지와 연못, 수로 등이 확인되며 왕궁 관련 유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16차 조사에서도 유적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수로와 여러 건물 흔적이 드러났고, 목간은 이 수로 구역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출토된 목간 가운데 일부에는 간지가 적혀 있어 제작 시점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기록 내용으로 볼 때 사비 천도 직후인 6세기 중반 무렵 작성된 자료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이번 목간이 사비 시대 초기에 운영된 행정 체계와 직결되는 자료일 수 있다는 점에 학계의 관심이 쏠린다.

내용 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조사단은 인사 관련 기록과 재정 운영 정황, 관등과 관직 명칭 등이 적힌 목간과 삭설을 다수 확인했다. 일부는 인물의 공적과 직위 임명을 연상시키는 내용도 담고 있어, 백제 중앙 관청의 실무 문서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번 출토품은 사비 백제의 중앙 행정 조직을 이해하는 데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유적에서는 음악과 관련된 흔적도 함께 나왔다. 7세기 무렵의 건물지 주변 구덩이에서 가로로 부는 피리 형태의 관악기가 일부 훼손된 상태로 확인된 것이다. 대나무 재질에 여러 개의 지공이 뚫린 이 악기는 현재의 전통 관악기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악기가 나온 공간에서는 인체 기생충란도 함께 검출돼, 해당 장소가 당시 화장실 시설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궁중 핵심 공간과 연결된 부속 시설에서 악기 일부가 발견된 셈이다.

이번 발견은 삼국시대 실물 관악기 사례로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백제의 궁중 음악과 의례 문화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드물었던 만큼, 이번 유물은 당시 음악 문화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목간과 악기라는 서로 다른 종류의 유물이 한 유적에서 함께 확인되면서, 관북리 유적은 단순한 건축 흔적을 넘어 백제인의 행정, 생활, 문화가 입체적으로 살아 있던 공간이었음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향후 추가 연구가 이어질 경우, 사비 백제의 국가 운영과 궁중 예술을 더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