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로봇의 사랑 이야기, 10년을 버텼다”…‘어쩌면 해피엔딩’ 전회매진이 남긴 것

[어쩌면 해피앤딩 공연스틸 제공:NHN링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10주년 기념 공연을 전 회차 매진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토니 어워즈 6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국내 무대에서도 112회 공연 전체를 매진시켰다. 한 시즌 흥행을 넘어 2015년 트라이아웃부터 10년 동안 축적해 온 작품의 힘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작사 NHN링크에 따르면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은 2025년 10월 30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진행됐으며 평균 객석 점유율 103%, 유료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했다. 전체 112회 공연이 모두 팔렸다. 좌석 규모를 기존 350석 안팎에서 550석 수준으로 넓힌 환경에서도 매진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이 이번 시즌 성과를 더 도드라지게 한다.

이 작품은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만남을 그린다. 수명이 다해가는 구형 로봇 두 대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여행을 떠나며 사랑과 기억, 이별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설정은 미래지만 정서는 오래된 사랑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기술과 감정을 맞부딪치게 하기보다, 오히려 비인간적 존재를 통해 인간의 외로움과 관계 맺기의 감각을 또렷하게 끌어낸다는 점이 이 작품의 중심에 놓여 있다.

흥행 배경도 여기에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대형 군무나 화려한 무대 전환으로 밀어붙이는 작품이 아니다. 제한된 공간, 많지 않은 인물, 잔잔한 음악으로 감정의 결을 끝까지 붙든다. 자극보다 여운이 강한 작품인데도 10년 동안 관객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도 드문 사례다. 초연 때 반응이 좋았던 작품이 재연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다섯 시즌을 거치며 관객층을 넓히고 해외 시장까지 뚫은 경우는 흔치 않다.

이번 시즌은 캐스팅에서도 10주년의 의미를 살렸다. 2015년 트라이아웃과 2016년 초연을 함께한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섰고,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해 세대와 해석을 넓혔다. 올리버 역의 김재범·신성민·전성우·정휘, 클레어 역의 전미도·최수진·박지연·박진주·방민아, 제임스 역의 이시안·고훈정·박세훈이 작품의 결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밀어 올렸다. 한 작품이 오랜 시간 살아남으려면 서사 자체의 힘과 함께 배역을 새롭게 순환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번 시즌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상 실적도 이미 충분하다. 국내에서는 이데일리 문화대상, 한국뮤지컬어워즈,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등에서 주요 상을 휩쓸며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브로드웨이 진출 뒤에는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작곡·작사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이정표를 새로 썼다. 이어 제69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6관왕, 제91회 드라마 리그 어워즈 2관왕을 기록했고, 이번 10주년 공연으로는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400석 이상 부문)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성과가 더 눈에 띄는 이유는 창작 뮤지컬의 어려운 생존 조건 때문이다. 국내 공연 시장은 여전히 해외 라이선스 대작과 스타 캐스팅 중심의 흥행 구조가 강하다. 이런 시장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규모보다 완성도, 자극보다 정서를 앞세운 작품이 장기적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브로드웨이 성공 이후 국내 공연이 오히려 소비되는 방식이 아니라, 국내에서 다져진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뒤 다시 국내 관객의 신뢰를 넓힌 흐름이다.

서울 공연을 마친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후 부산·대전·광주·용인·인천·세종·전주·평택·수원·창원·대구·천안·울산·당진·고양·제주 등 16개 지역 투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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