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아동극 ‘어느날 납작해진 아이’, 죽음과 애도 감정을 몸으로 풀어낸다

연극 ‘어느날 납작해진 아이와 끝으로 달려가는 할머니’ 포스터. (정Tree프로젝트 제공)

아동극 ‘어느날 납작해진 아이와 끝으로 달려가는 할머니’가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가 ‘끝’을 향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아동극이지만 밝고 가벼운 이야기보다 상실과 애도라는 다소 무거운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대사 중심 연극보다는 몸짓과 이미지, 오브제를 활용해 서사를 풀어간다. 천사점토, 비닐, 철사, 계란, 시계 등 다양한 사물을 무대 위에 배치해 관객이 감정을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도록 구성했다. 죽음을 직접 설명하거나 교훈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아이들이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면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연출을 맡은 장원영은 아이가 겪는 애도의 단계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배우의 움직임과 상징적인 장면 전환을 통해 감정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어린 관객에게 어려운 정서를 언어로 주입하기보다 몸과 감각을 통해 천천히 받아들이게 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공연 시작 30분 전에는 사전 놀이 시간도 마련된다. 관객이 직접 만든 결과물이 실제 공연 무대에 활용되는 방식으로, 단순 관람을 넘어 참여 경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이는 어린이 관객이 공연 세계 안으로 좀 더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 보인다.

다만 죽음과 상실을 다루는 주제가 어린 관객에게 다소 무겁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작품의 성패는 이를 얼마나 섬세하고 부담 없이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징과 오브제 중심의 연출 역시 관객에 따라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서사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아동극이 반드시 유쾌하고 교육적인 형식에 머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린이 역시 상실과 슬픔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예술을 통해 마주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품으로 읽힌다. 결국 ‘어느날 납작해진 아이와 끝으로 달려가는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공연이라기보다, 감정을 함께 건너가는 방식에 가까운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