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모차르트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두 악기가 건네는 깊은 대화… 김아름·김경란 듀오 리사이틀

[공연포스터]

피아노와 첼로는 가장 가까이서 서로를 비추는 악기다. 한 악기가 감정을 꺼내면 다른 악기는 그 감정의 결을 정리한다. 음 하나, 호흡 하나가 곧바로 음악의 표정이 되는 실내악 무대에서 두 악기는 때로는 대화하고, 때로는 맞서며, 마침내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오는 18일 서울 일신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김아름과 첼리스트 김경란의 듀오 리사이틀은 바로 그 밀도 높은 대화를 정면으로 들려주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현대문화기획이 마련한 초청연주자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다. 프로그램은 단정하다. 그러나 구성은 단순하지 않다. 모차르트의 환상곡 d단조 K.397로 시작해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1번 F장조 Op.5 No.1,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d단조 Op.40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작곡가 김지현의 첼로 솔로곡 ‘무빙 라이트’가 더해진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작품들이 한자리에 놓이지만, 이질감보다 흐름이 먼저 읽히는 편성이다.

공연의 출발점인 모차르트는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긴장을 만든다. ‘환상곡 d단조’는 짧은 작품이지만 밝음과 어둠, 질서와 흔들림이 교차하는 내면의 운동을 품고 있다. 이어지는 베토벤의 초기 첼로 소나타는 두 악기의 관계를 한층 적극적으로 끌어올린다. 반주와 선율의 구분에 머물지 않고 피아노와 첼로가 서로의 문장을 받아치며 구조를 세운다. 고전주의의 균형감 속에서도 이미 베토벤 특유의 확장성과 긴장이 감지된다.

후반부의 쇼스타코비치는 분위기를 바꾼다. 그의 첼로 소나타는 단지 낭만적 서정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선율은 때때로 날카롭고, 정서는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 음표들은 단정하게 정리된 감정이 아니라 복합적인 시대의 그림자를 안고 움직인다. 앞선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형식 안에서 감정을 다듬는 쪽에 가깝다면, 쇼스타코비치는 감정의 균열과 긴장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한 무대 안에서 이 세 작곡가를 잇는 일은 결국 음악사의 흐름을 설명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국 작곡가 김지현의 ‘무빙 라이트’를 포함한 점은 이번 공연의 성격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익숙한 명곡 사이에 동시대 창작곡을 배치한 것은 단순한 변주가 아니다. 실내악이 과거의 유산으로만 존재하는 형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쓰이고 해석되는 언어임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특히 작곡가의 해설이 함께 예정돼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클래식 공연에서 해설은 종종 부수적 장치로 여겨지지만, 잘 짜인 설명은 청중이 작품의 구조와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분명한 길잡이가 된다. 이번 무대는 감상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음악의 깊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읽힌다.

두 연주자의 이력은 이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폭과 밀도를 짐작하게 한다. 피아니스트 김아름은 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와 에센 폴크방 예술대학에서 최고연주자과정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국내외 여러 콩쿠르 입상 경력과 함께 독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주 무대에 초청됐고, 귀국 후에는 독주와 실내악을 아우르며 활동 폭을 넓혀왔다. 특히 현대음악 분야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온 점은 이번 프로그램의 현대 작품 해석과도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사진:첼리스트 김경란

첼리스트 김경란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국제 무대에서의 수상 경력과 유럽, 국내를 오가는 연주 경험은 그의 음악이 단지 안정된 기교에 머무르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독주와 실내악,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활동 이력은 이번 무대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내악은 각자의 기량을 과시하는 장르가 아니라 상대의 숨결과 시간을 읽는 장르인데, 그런 점에서 두 연주자의 경력은 이번 무대의 완성도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번 공연은 한편으로 오늘의 클래식 무대가 관객과 만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도 보인다. 최근 실내악 공연은 정통 레퍼토리의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동시대 곡과 해설, 친밀한 공간 구성을 결합해 접점을 넓혀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이 주는 압도감과 달리 실내악은 작은 움직임, 미세한 표정, 음색의 떨림까지 가까이서 체감하게 한다. 공연장이 조금 더 조용하고, 무대가 조금 더 절제돼 있을수록 청중은 오히려 음악의 내부로 깊이 들어간다. 일신홀 같은 공간이 실내악 공연에 유독 잘 어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아니스트 김아름

김아름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의 작품들을 통해 피아노와 첼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채를 보여드리고자 준비했다”며 “관객들이 음악 속에서 흐르는 감정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이번 공연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가장 간명한 설명일 수 있다. 시대는 다르고, 작곡가의 언어도 다르지만, 결국 공연이 도달하려는 곳은 청중의 감각과 상상력이다. 클래식의 문법을 잘 아는 청중에게는 해석의 차이를 읽는 재미가, 처음 공연장을 찾는 이들에게는 두 악기가 만들어내는 서사의 힘이 남을 것이다.

무대의 진짜 완성은 공연 당일에 이뤄진다. 악보에 적힌 음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긴장과 호흡, 예기치 않은 울림이 현장에서 생겨난다. 그래서 실내악은 늘 같은 작품이어도 매번 다른 얼굴을 가진다. 김아름과 김경란의 듀오 리사이틀 역시 프로그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프로그램을 어떤 호흡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기획의 결만 놓고 보면, 이번 공연은 고전의 품위와 현대의 감각을 한 무대 위에서 설득력 있게 이어보려는 성실한 시도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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