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AI 담론 전시장으로…금천문화재단 ‘공존 실험’ 시도

금천문화재단 기획전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이 진행 중이다. 단순 관람을 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전시로,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확산이라는 동시대 문제를 예술로 풀어내는 시도다.
이번 전시는 1월 14일부터 2월 22일까지 금나래갤러리에서 열린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 사물, 기술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 주제다. 영상, 설치,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다양한 형식이 결합돼 관람 경험을 확장한다.
전시에는 권은비, 김영준, 남소연, 믹스앤픽스, 배윤환 등 5명(팀)이 참여한다. 각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흔적을 기록한 영상, 키보드를 재구성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미디어 작업, 비인간 존재를 조형화한 설치 작품 등이 포함된다.
특히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전시의 중심에 놓였다. ‘사물의 극장: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계약’은 관객이 단순 관람을 넘어 논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은 일정 기간 동안 토론을 거쳐 ‘기후생태헌법’ 초안을 만들고, 주요 조항을 합의 방식으로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다뤄지는 의제도 구체적이다. 대지와 동물, 해양의 권리 보장, 미래세대를 위한 자원 보전 의무, 인공지능 학습에 대한 알 권리와 거부권 등이 포함된다. 예술 전시가 정책적 질문으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기획자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메시지 전달이 아닌 ‘사유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이경미 기획자는 “관람객이 비인간 존재를 감각하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보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며 “전시가 하나의 공론장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운영 측 역시 전시의 방향성을 ‘질문’에 두고 있다. 서영철 금천문화재단 대표는 “기후위기와 기술 변화는 일상과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예술을 통해 시민이 이를 직접 고민해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최근 공공문화기관 전시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작품 중심에서 벗어나 참여와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이다. 관객을 수동적 감상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주제의 난이도도 변수다. 공존, 비인간, 사물성과 같은 개념은 해석 범위가 넓다. 관객에 따라 이해 수준과 체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참여 프로그램이 이를 보완하려 하지만, 경험의 밀도는 개인별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공공 전시가 담론 생산과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AI와 기후라는 두 축을 동시에 다루며 동시대 이슈를 직접적으로 끌어들인 점은 주목 할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