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코로나로 멈췄던 ‘렛미인’, 9년 만에 귀환…고독과 폭력, 다시 무대 위로

[사진:연극 렛미인 포스터. 제공:신시컴퍼니]

연극 ‘렛미인’이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신시컴퍼니는 30일,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렛미인’을 오는 7월 3일부터 8월 16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재공연이 예정됐던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공연 시장이 정상화된 상황에서 대극장 규모로 다시 편성됐다는 점에서 이번 귀환은 단순한 재공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렛미인’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소년 ‘오스카’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기이한 살인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립된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연결되는 과정을 그린다. 여기에 일라이를 돌보는 남자 ‘하칸’이 얽히면서, 사랑과 의존, 폭력과 보호가 뒤섞인 서사가 점차 어두운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뱀파이어 장르를 취하지만, 핵심은 공포보다 ‘고독’과 ‘결핍’에 있다. 반복되는 학교폭력, 관계 단절, 외부로부터의 배제 경험이 인물들의 감정 구조를 형성하고, 이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과 관계로 이어진다. 단순한 장르적 긴장감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고립과 폭력의 감각을 무대 위에서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번 공연의 창작진 역시 국제적으로 검증된 조합이다. 연출은 ‘원스’,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로 토니상을 받은 존 티파니가 맡았고, 움직임 연출은 ‘블랙워치’로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스티븐 호겟이 참여한다. 극본은 잭 손이 맡아 원작의 정서를 무대 언어로 재구성했다. 장르적 서사를 감각적인 무대 전환과 신체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연출 방식이 이번 공연에서도 구현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출연진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배우들이 중심을 이룬다.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에는 57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권슬아와 백승연이, 오스카 역에는 약 31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안승균과 천우진이 캐스팅됐다. 하칸 역에는 조정근과 지현준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권슬아는 2020년 공연 당시 일라이 역으로 선발됐지만 무산된 공연으로 무대에 서지 못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재공연에서 다시 같은 역할로 관객을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작품의 귀환과 배우 개인의 시간이 겹쳐지는 지점으로 읽힌다.

‘렛미인’은 이미 영화와 연극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텍스트다. 해외 무대에서는 공포 장르와 서정적 드라마를 결합한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특히 인물 간 관계를 통해 폭력과 구원의 감정을 동시에 드러낸다는 점이 주목돼 왔다.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원작의 정서가 한국 대극장 무대에서 어떻게 재현될 것인지다. 둘째, 일라이와 오스카의 관계가 공포 장르를 넘어 정서적 서사로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다. 셋째, 학교폭력과 고립이라는 현실적 주제가 장르적 장치에 가려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지다.

국내 공연 시장이 팬덤 중심의 대형 뮤지컬 위주로 재편된 이후, 연극 장르에서 이처럼 강한 비주얼과 정서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 대극장으로 편성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렛미인’의 귀환은 단순한 인기 작품 재등장이 아니라, 장르 연극이 다시 관객과 만나는 시험대라는 의미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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