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말러 교향곡 ‘집중 편성’…공연계 레퍼토리 전략 바뀌나

[사진:대구시립교향악단 제공:대구시립교향악단]

23일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백진현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대구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린다. 올해 국내 클래식 공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후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말러 교향곡을 잇따라 편성하면서 한 해 프로그램이 특정 작곡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말러 교향곡 11곡 가운데 9곡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일부 작품은 여러 악단이 반복 편성한다. 특정 작곡가의 주요 레퍼토리가 연중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공연계가 프로그램 전략을 조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말러 교향곡은 대규모 편성과 긴 연주 시간을 특징으로 한다. 합창과 독창이 결합된 작품이 많고, 한 곡이 1시간에 가까운 경우도 적지 않다. 제작 난도가 높은 대신 공연 완성도와 체감 효과가 크다.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한 번에 드러낼 수 있는 레퍼토리로 평가된다.

음악적 전개도 극단적인 대비를 기반으로 한다. 자연의 정적에서 출발해 군악대처럼 거칠게 전환되고, 다시 서정과 종교적 합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선율 중심이라기보다 감정의 흐름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공연장에서 체감도가 높은 작품군으로 꼽힌다.

작품별 감상 포인트도 분명하다. 1번 ‘거인’은 자연 이미지와 젊은 시기의 감성이 결합된 출발점이다. 2번 ‘부활’은 죽음과 구원을 주제로, 마지막 합창에서 규모와 메시지가 동시에 드러난다. 4번은 비교적 투명한 음색으로 구성돼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5번은 장송행진과 서정적 악장이 대비를 이루고, 6번은 강한 긴장과 반복되는 리듬으로 비극성을 강조한다. 8번 ‘천인의 교향곡’은 대규모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결합된 대표적 대작이다. ‘대지의 노래’는 교향곡과 가곡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며 인간의 유한성과 자연 순환을 함께 다룬다.

올해 프로그램은 이러한 특성이 반영된 구성이다. 대형 작품이 시즌별로 배치되고, 동일 작품이 여러 단체에서 반복된다. 특정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관객 경험을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이 같은 편성은 공연 시장 환경과 맞물린다. 클래식 공연은 관객층이 제한적인 대신 특정 작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말러 교향곡은 반복적으로 공연된 경험이 축적된 레퍼토리다. 티켓 판매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대형 공연으로서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제작 여건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되면서 대작 편성이 가능해졌다. 주요 공연장과 악단이 일정 수준 이상의 제작 역량을 확보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휘자 중심 기획도 강화되는 흐름이다. 정명훈, 얍 판 츠베덴 등 주요 지휘자들이 말러 레퍼토리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동일 작품을 두고 해석 차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작품 자체보다 해석을 중심으로 관람 포인트를 만드는 구조다.

다만 레퍼토리 집중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정 작곡가 편성이 이어질 경우 프로그램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대 작품이나 신작이 상대적으로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연 일정이 겹치는 점도 변수다. 동일 작품이 유사 시기에 반복될 경우 관객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레퍼토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말러 집중 편성은 . 안정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한 작곡가를 집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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