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번역대학원 설립 속도…“넥스트 K 핵심은 번역” vs 성과 구조 논쟁

[사진:최휘영 장관. 문체부 제공]

정부가 한국문학 해외 확산을 위해 번역 인력 양성 체계를 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번역을 K콘텐츠 확장의 핵심 인프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인력 확대가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별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번역대학원대학 설립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 번역아카데미를 학위 과정으로 확대해 전문 번역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수용 원장은 “K-컬처의 다음 단계, 이른바 ‘넥스트 K’의 핵심은 번역”이라며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한 축이 되도록 기반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속도전에 나섰다. 최휘영 장관은 현장에서 “번역대학원 설립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며 조기 추진을 주문했다. 노벨문학상 이후 높아진 기대를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수요는 증가하는 흐름이다. 번역원에 따르면 해외 출판사 대상 번역출판 지원은 전년 대비 약 20% 늘었고, 번역 샘플 지원도 이미 전년 실적의 65%를 넘었다. 번역아카데미 지원자 역시 27% 이상 증가했다. 해외 교류 지원과 신규 협력 기관도 각각 확대됐다.

번역원은 단순 번역 지원을 넘어 역할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전 원장은 “이제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 함께 기획·제작하는 ‘메이드 위드 코리아’로 가야 한다”며 “번역원도 글로벌 콘텐츠 기획 파트너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협업해 번역 교육 수료자가 오리지널 콘텐츠 자막 작업에 참여하는 등 영역도 영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 출처:KTV]

번역대학원 설립 계획도 구체화됐다. 2026년 인가를 목표로 교육부에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단일 전공으로 정원 60명 규모를 운영하고, 본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캠퍼스로 활용할 계획이다. AI 윤리와 디지털 역량, 다문화 이해 등을 포함한 통합 커리큘럼도 도입한다.

번역 품질 관리 기준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번역원은 해외 출판사와 계약 의사가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지원하되, 판매 가능성뿐 아니라 작품 완성도를 함께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사 등급 평가와 번역상 도입도 추진한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번역 인력 확대가 곧바로 해외 시장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출판 시장에서는 번역 품질 외에도 유통망, 마케팅, 현지 독자 반응이 동시에 작용한다.

특히 해외 진출의 핵심은 계약과 유통이다. 번역 이후 판권 판매와 출판사 협력, 현지 홍보가 성과를 좌우한다. 번역 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다.

또 다른 변수는 시장 구조다. 일부에서는 번역 인력 부족보다 작품 발굴과 큐레이션, 장기적 브랜드 구축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성과를 위한 지원 확대가 오히려 작품 선택의 다양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벨문학상 이후 높아진 기대도 부담이다. 관심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번역원 역시 “관심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계획은 번역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의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교육 확대와 제도 정비가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유통과 계약, 비평 기반까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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