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허스트 왜 지금인가”…회고전 앞둔 미술관, ‘관객 수 vs 공공성’ 시험대

[사진: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 오는 3월 데미안 허스트 회고전을 연다. 전시 자체보다 기획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먼저 형성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관람객 337만 명을 기록했다. 개관 이후 최대치다. 20~30대 비중은 60%를 넘었고 외국인 방문도 20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관람객 증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미술관의 평가 기준을 둘러싼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관람객 수 확대가 성과로 작동하는 구조에서 전시 기획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스트 전시는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영국 작가 허스트는 동물 사체를 포르말린 용액에 담은 설치 작업으로 1990년대 주목받았다. 이후 경매와 직접 판매를 결합한 방식으로 미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대표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도 전시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 조각으로, 공개 당시 고가 거래가 이뤄졌다고 알려졌지만 이후 소장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허스트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설치 작업과 개념적 접근을 통해 현대미술의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시장 전략에 의존한 작가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이번 전시는 작품 자체보다 ‘왜 지금 허스트인가’에 대한 설명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시 관계자는 “공공 미술관이라면 인기 작가 전시를 넘어 동시대 맥락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를 둘러싼 논쟁은 미술관 운영 방식과도 연결된다. 최근 미술관 방문 증가에는 전시 내용보다 관람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전시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관람 동기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입장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공연이나 다른 문화 콘텐츠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술관은 일상 소비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전시 기획 기준도 변하고 있다. 관객 유입을 우선 고려한 대형 전시가 늘어나면서 연구 기반 기획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전시 흐름은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해외 유명 작가 중심 전시와 국내 작가 재조명 전시가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다.

국내 작가 전시는 회고 성격이 강하다. 1세대 조각가 김윤신의 대규모 회고전이 3월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사진가 박영숙의 초기 작업을 복원한 전시도 2월 예정돼 있다.

여성 작가와 퀴어 작가 전시도 증가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아시아 성소수자 작가 그룹전을 준비 중이며, 주요 갤러리들도 관련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서도호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리움미술관은 해외 기관과 공동 기획한 여성 작가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허스트 전시는 이 질문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흥행성과 비판이 동시에 예상되는 전시인 만큼 결과에 따라 향후 기획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술관은 더 많은 관객을 모으는 공간이 됐다. 동시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더 복잡해졌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