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스’, 모자란 사람들의 히어로물…세기말 감성 위에 세운 K-초능력 코미디

넷플릭스 새 시리즈 ‘원더풀스’가 한국형 히어로물의 새로운 변주를 시도한다. 초능력을 얻은 인물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이 작품이 내세우는 영웅은 완벽한 구원자가 아니다. 동네에서 별난 사람, 민폐 인물, 호구로 불리던 평범한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능력을 얻고, 자기 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사건 속으로 떠밀려 들어간다.
15일 공개된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 분위기가 짙게 깔린 가상 도시 해성시를 배경으로 한다. Y2K 공포와 종말론적 분위기가 뒤섞인 시절, 해성시에서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동네 사람들이 도시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과 맞서게 된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을 “어설픈 동네 사람들이 초능력을 얻고 악에 맞서는 턴 오브 더 센추리 액션 코미디”로 소개했다.
작품의 핵심은 히어로물의 전형을 뒤집는 데 있다. 할리우드식 슈퍼히어로가 대개 특별한 운명과 강력한 사명감을 부여받는다면, ‘원더풀스’의 주인공들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유인식 감독은 이 작품이 “정통 히어로물”이라기보다 기존 장르의 외피 안에 허술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을 넣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히어로물이 아직 충분히 검증된 장르는 아니지만, 해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연 박은빈은 순간이동 능력을 얻게 되는 은채니 역을 맡았다. 은채니는 단정하고 모범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충동적이고 거침없으며, 때로는 사고뭉치처럼 보이지만 자기 방식의 정의감으로 움직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유인식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박은빈은 이번 작품에서 훨씬 더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변신했다. 유 감독은 두 캐릭터가 전혀 달라 보이지만, 남들이 뭐라 해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고 봤다.
차은우는 서울에서 해성시로 내려온 특별임용 공무원 이운정 역을 연기한다. 이운정은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지만,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해성시의 비밀과 초능력자들의 혼란에 휘말린다. 넷플릭스는 이운정을 의문스러운 실종 사건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공무원으로 소개했다. 김해숙, 손현주, 최대훈, 임성재 등 중견·개성파 배우들이 합류해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의 균형을 잡는다.
‘원더풀스’는 장르적으로는 코믹 액션 어드벤처지만, 이야기의 밑바닥에는 평범한 사람의 쓸모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깔려 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반드시 선택받은 영웅일 필요가 없고, 때로는 모자라고 어설픈 사람들이 서로 기대며 위기를 버텨낸다는 메시지다. 작품 속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안 한 것뿐”이라는 취지의 대사는 이 시리즈가 단순한 농담과 소동극을 넘어 휴먼 드라마를 지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약점도 있다. 초능력 발현, 빌런의 등장, 팀 결성이라는 구조는 장르 팬들에게 익숙한 흐름이다. 일부 전개는 예상 가능하고, 세기말 감성과 코미디가 충분히 속도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미국 매체 디사이더는 첫 회가 인물 소개와 기원담에 많은 시간을 쓰지만, 복고적 배경과 박은빈의 연기가 작품을 끌고 간다고 평가했다.
작품 외적 변수도 있다. 차은우는 최근 1인 기획사 관련 세무 논란에 휘말렸고, 제작발표회에서도 해당 논란이 언급됐다. 유 감독은 차은우가 작품의 앙상블을 위해 성실히 임했다며, 논란을 이유로 분량을 줄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의혹은 아직 법적 판단이 확정된 사안이 아닌 만큼, 작품 평가와 별개로 사실관계를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원더풀스’의 성패는 한국 드라마가 히어로 장르를 얼마나 자기식으로 소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거대한 세계관이나 압도적 시각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해성시의 모자란 사람들이 정말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작품은 어설픈 사람들의 선의와 실패, 그럼에도 다시 나서는 마음이야말로 지금 한국형 히어로물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무기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