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매출 2.3조 첫 돌파…불닭으로 2년 만에 ‘2배 성장’

삼양식품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한 해 매출은 2조3518억원, 영업이익은 5239억원이다. 전년보다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52% 늘었다. 2023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긴 뒤 2년 만에 외형을 두 배 가까이 키운 셈이다.
이번 실적의 중심에는 불닭이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를 앞세워 미국과 중국, 유럽 중심으로 유통망을 넓혀 왔고, 밀양 2공장 완공으로 수출 대응 능력도 키웠다. 회사 측과 보도를 종합하면 밀양 2공장은 미국·유럽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증설 성격이 강했고, 연간 최대 8억3000만개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소개됐다.
숫자로 보면 삼양식품은 이미 국내 식품회사가 아니라 해외 매출 중심 기업에 가깝다. 2024년 해외 매출은 1조3359억원으로 집계됐고, 2025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80~81%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2025년 전체 매출 2조3518억원 가운데 약 1조9000억원 안팎이 해외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국내 매출은 약 4000억~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 회사의 성장이 국내 라면시장 확장보다 해외 소비 확대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2025년 국내·해외 매출의 확정 세부 수치는 내가 확인한 공개 자료 범위에서는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불닭의 성공은 문화 콘텐츠처럼 소비된 사례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삼양식품은 2016년 이후 SNS를 중심으로 불닭의 해외 확산이 본격화됐다. 이후 유튜브와 틱톡에서 이른바 ‘불닭 챌린지’가 세계적으로 퍼졌다. 매운맛을 참고 먹는 행위 자체가 놀이 콘텐츠가 되면서, 라면 한 봉지가 음식이 아니라 영상 소재와 밈으로 유통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삼양식품이 “해외 진출국 확대와 현지 판매망 강화”를 2016년 이후 성장 동력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구조는 전통적인 K-푸드 수출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전의 K-푸드가 한인 마트나 아시아 식품점 중심으로 들어갔다면, 불닭은 현지 대형 유통망으로 옮겨갔다. 미국에서는 월마트 라면 카테고리에서 불닭이 1위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고, 크로거·타깃 등 메인스트림 채널 입점도 확대됐다. 이는 ‘한국 식품’이 아니라 ‘현지 소비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 한국 라면 전체 수출 흐름도 불닭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 라면 수출은 15억214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1.9%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억8540만달러로 가장 컸고, 미국 2억5470만달러, 아세안 2억2320만달러, 일본 7730만달러, GCC 4750만달러 순이었다. 삼양식품 한 회사의 국가별 순위를 공식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라면 수출 전체의 중심축이 중국·미국·아세안으로 이동한 흐름과 삼양식품의 성장 방향은 분명히 겹친다.
삼양식품이 공개한 해외 네트워크 설명을 보면 지역 편중도도 드러난다. 회사는 중국 법인 소개에서 중국이 전체 해외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고, 인도네시아 법인 소개에서는 동남아가 전체 해외 매출의 30% 이상이라고 설명한다. 중국과 동남아만 합쳐도 해외 매출의 70% 이상 비중이라는 뜻이다. 미국은 별도 비중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러 보도에서 중국과 함께 최대 성장 시장으로 반복 언급된다. 즉 삼양식품의 해외 확장은 전 세계에 고르게 퍼진 구조라기보다, 중국·미국·동남아를 축으로 유럽이 빠르게 따라붙는 구조에 가깝다.
유럽 사례는 브랜드 확산 방식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6월 덴마크 식품당국은 삼양 불닭 제품 3종을 캡사이신 함량 문제로 리콜했다. 당시 당국은 어린이와 취약계층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두 달 뒤 덴마크 당국은 이 가운데 2종에 대해 판매를 다시 허용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복귀 행사에는 현지 팬과 인플루언서가 몰렸고, 일부 소비자는 판매 금지 기간에 제품을 사재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곧바로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너무 매워서 금지된 라면’이라는 서사가 브랜드 주목도를 높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불닭의 확산은 K-푸드 전체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농식품부는 2025년 K-Food+ 수출이 136억달러를 넘겼다고 발표했고, 그 안에서 라면은 15억달러를 넘어선 대표 품목이었다. 기존 주력 시장인 중국·미국뿐 아니라 CIS와 GCC 등에서도 높은 성장률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K-콘텐츠가 만든 한국 문화 호감도가 K-푸드 소비로 번지고, 그중에서도 매운맛·도전형 소비가 플랫폼을 타고 퍼진 결과가 불닭과 라면 수출에 가장 선명하게 반영된 셈이다.
그렇다고 불닭 성공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의 실적은 사실상 특정 브랜드 집중 구조 위에 올라서 있다. 해외 비중이 80%를 넘는 구조에서는 환율, 물류비, 통관 규제, 현지 유통 정책 변화가 곧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불닭이 밈과 챌린지에 기대어 성장한 측면이 있는 만큼, 플랫폼 유행이 식거나 경쟁사들이 유사한 매운맛 포지션을 빠르게 따라붙을 경우 성장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의 리콜 사례처럼 제품 규제나 식품 안전 논란이 브랜드 확장 속도를 흔들 변수도 남아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며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생산·유통 인프라를 강화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