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전자담배로, 아침은 거른다…청소년 건강 ‘전반 악화’

청소년 건강 행태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흐름이 장기 추적 조사에서 확인됐다. 흡연은 전자담배 중심으로 이동했고, 식습관과 신체활동, 정신 건강 지표도 동시에 나빠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에 따르면 2019년 초등학교 6학년이던 학생 5051명을 동일 집단으로 추적한 결과, 고등학교 2학년 시점에서 주요 건강 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해당 조사는 청소년의 흡연, 음주, 식생활, 신체활동 등을 10년간 추적하는 패널조사로, 개인의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흡연은 증가뿐 아니라 ‘방식 변화’가 뚜렷했다. 평생 흡연 경험률은 초등학교 6학년 0.35%에서 고등학교 2학년 9.59%로 상승했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경우 현재 흡연 기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1.54%로 일반 담배(1.33%)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단순 흡연 증가가 아니라 흡연 형태가 전환되고 있는 흐름이다.
청소년기의 흡연은 성인기 건강 위험과 직접 연결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니코틴에 조기에 노출될 경우 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중독성이 강화되고, 이후 흡연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며, 장기적으로는 만성질환 발생과 조기 사망 위험 증가와도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있다.
음주 역시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 평생 음주 경험률은 60.8%였고, 신규 음주 경험률은 중학교 1학년 진급 시점에서 15.6%로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가 유해 행태 노출의 분기점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수치로 확인됐다.
식생활 지표는 더 빠르게 악화됐다.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비율은 33.0%로 전년보다 4.0%포인트 증가했다. 과일·채소·우유 및 유제품 섭취율은 감소했고, 하루 60분 이상 신체활동을 하는 비율은 13.5%에 그쳤다. 식사, 활동, 생활 패턴이 동시에 흔들리는 양상이다.
아침 결식은 에너지 공급 불균형을 초래해 집중력 저하와 대사 이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과일·채소 섭취 감소는 비타민과 식이섬유 부족으로 이어져 면역 기능과 장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우유 및 유제품 섭취 감소는 성장기 칼슘 섭취 부족으로 골격 발달과 골밀도 형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신 건강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스마트폰 과의존 경험률은 35.1%에 달했고, 중등도 이상 불안 위험군은 8.0%로 나타났다. 신체 활동 감소와 생활 패턴 변화가 정신 건강과 연결되는 구조다.스마트폰 과의존은 수면 시간 감소와 수면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시간 사용 시 주의력 저하와 충동 조절 문제와도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불안 수준이 높아질 경우 학업 집중도 저하와 사회적 관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정서 발달이 진행되는 시기인 만큼, 과도한 디지털 사용과 불안 증상이 장기적으로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 같은 변화는 개인 선택보다 환경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변 친구가 흡연이나 음주에 허용적인 경우, 또는 가정 내 흡연자가 있는 경우 청소년의 관련 행동 시작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설계에서도 특징이 드러난다. 청소년건강패널조사는 동일 응답자를 장기간 추적하는 방식으로, 개인의 변화 흐름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사 대상은 2019년 기준 초등학교 6학년이며, 매년 동일 집단을 조사해 변화 양상을 분석한다.
다만 해석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해당 조사는 자기기입식 방식으로 수집돼 일부 항목에서 응답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키와 체중 등 민감 항목에서는 ‘모름’ 응답이 허용되며, 생활습관 역시 응답자의 인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패널 유지율이 2019년 이후 점차 낮아져 2023년 기준 약 84.0%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변수다. 장기 추적 과정에서 일부 표본 이탈이 발생하면서 결과 해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청소년 건강 문제가 단일 행동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동시에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흡연, 식습관, 신체활동, 정신 건강이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전자담배 확산, 아침 결식 증가, 신체활동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점은 청소년 건강 관리 방식이 개별 행동 교정보다 생활 환경 전반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성을 시사한다
질병관리청은 청소년 건강 행태 변화가 개인 문제를 넘어 환경 요인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조사 결과를 통해 “또래 집단과 가정 환경이 흡연과 음주 등 건강 행태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청소년기 건강 습관이 성인기 건강으로 이어지는 만큼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개입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