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정책

자살률 20년째 OECD 최고 수준…청년·노년 동시 위험 신호

정부가 자살률을 5년 내 연간 1만 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다시 내놨다. 2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자살률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2일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자살률을 2029년 19.4명, 2034년 17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가자살예방전략을 발표했다. 범부처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고위험군 관리와 지역사회 대응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국내 자살률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4439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4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셈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3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도 위험 신호가 이어진다. 10대 자살률은 7.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인 자살률은 40.6명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에서도 고용 불안과 생활비 부담, 사회적 관계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위험이 분산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자살률은 일부 시기에 감소세를 보였지만 다시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정책 대응은 이어져 왔다. 자살 예방 교육 확대, 상담 체계 구축, 위기 대응 전화 운영 등이 추진됐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고위험군 관리의 지속성이다. 자살 시도 경험자나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더라도 이후 관리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담 이후 사후 관리가 끊기면서 위험이 다시 높아지는 사례가 반복된다.

지역 간 대응 격차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상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동일한 정책이라도 지역별로 접근성과 효과 차이가 나타난다.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도 변수로 꼽힌다. 상담 기관과 치료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거나 비용 부담으로 이용이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진다. 위기 상황에서 즉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사회적 고립 역시 주요 요인으로 언급된다. 1인 가구 증가와 관계 단절이 맞물리면서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대응 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자살대책회의를 운영하며 지역 단위 책임을 강화해 왔다. 정책 추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지역별 상황에 맞춘 대응을 이어간 사례로 평가된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의료·복지·교육 체계를 연계해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학교와 직장,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대응 체계가 구축된 점이 특징이다.

이번 정부 전략은 이러한 한계를 반영해 설계됐다. 범정부 추진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중심 대응을 확대하는 방향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집행이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문제 인식과 재정 투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강섭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통합적인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교수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정책 효과는 현장에서의 실행에 달려 있다. 고위험군 발굴과 사후 관리, 지역 대응 체계가 실제로 작동할 경우에만 수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며 정책 추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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