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소와 아동’ 71년 만에 첫 경매…희소성·작품성 동시에 시험대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와 아동’이 제작된 지 71년 만에 처음 경매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오는 2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리는 9월 정기경매에 해당 작품을 시작가 25억원에 출품한다고 12일 밝혔다.
‘소와 아동’은 1954년 제작된 작품으로 가로 64.5㎝, 세로 29.8㎝ 크기의 화면에 소년과 소가 뒤엉켜 노는 장면을 담고 있다. 거친 필선과 빠른 붓질이 화면 전반을 지배하며, 윤곽을 강조한 선과 단순화된 형태가 동시에 드러난다. 색채 사용은 제한적이지만 명암 대비와 선의 밀도로 화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 작품은 1955년 서울 미도파 화랑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 이후 한 개인 소장자가 약 70년간 보유해왔다. 시장에 출품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2년 현대화랑 유작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 등 주요 전시에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거래 기록은 없었다.
이중섭은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 중 한 명이다. 일본 유학 시기 서양화 기법을 습득했지만 귀국 이후에는 개인적 경험과 전쟁 시기의 현실을 반영한 독자적 화풍을 구축했다. 1950년대에 집중된 작품들은 선 중심의 표현과 단순화된 형태, 반복되는 상징 이미지로 특징지어진다.
작품에서 반복되는 가족 이미지와 동물 모티프는 작가의 개인사와 맞물려 해석된다. 전쟁과 가족 이산을 겪으며 형성된 정서가 작품 전반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미술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소’는 이중섭 회화의 핵심 소재다. 노동과 생존, 강인함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해석되며, 굵은 선과 과장된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소’ 연작이 단독 대상으로서 힘과 긴장감을 강조했다면, ‘소와 아동’은 인물과 동물이 결합된 구성으로 관계성과 움직임을 동시에 드러낸다.
소년과 소가 화면 안에서 분리되지 않고 맞물려 있는 구도는 이중섭 작품에서 흔치 않은 사례로 꼽힌다. 인물과 동물이 충돌하는 듯한 장면은 역동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유희적 요소를 함께 보여준다.
1954년 전후 제작된 작품군은 이중섭 회화가 가장 응축된 시기로 평가된다. 종이와 판지 등 제한된 재료 위에서 빠른 속도로 제작된 작업이 많으며, 선의 강도와 표현 밀도가 집중되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중섭 작품의 국내 경매 최고가는 2018년 서울옥션에서 47억원에 낙찰된 ‘소’다. 작품 수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주요 작품 상당수가 미술관과 공공기관에 소장돼 있어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이번 경매는 거래 이력이 없는 작품이 처음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 형성 과정이 주목된다.
국내 미술 시장에서 대표작이 장기간 개인 소장 상태를 유지하다 처음 거래되는 사례는 드물다. 거래 이력이 없는 작품은 비교 기준이 없어 시작가 대비 낙찰가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경매 시장에서는 출품 이력과 공개 여부가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일 작가라도 반복 거래된 작품보다 최초 출품작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국내 미술품 시장은 고가 작품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기 변동 속에서도 검증된 작가의 대표작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유지되는 특징이 나타난다. 일부 작품은 자산 대체 투자 수단으로도 인식되며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작품은 공개 전시는 있었지만 실제 거래 기록이 없는 점에서 가격 형성 자체가 시장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낙찰 결과에 따라 이중섭 작품의 기준 가격대가 다시 설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단일 작품의 낙찰 결과가 동일 작가의 전체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도 반복돼 왔다. 고가 낙찰 사례가 등장할 경우 후속 거래에서 가격 기준이 상향 조정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