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원가는 8% 수준”…버킨백 논란에도 명품은 왜 계속 팔리나

[사진:에르메스 버킨백35 소가죽.제공=에르메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 생산 원가가 판매가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명품 가격 구조와 소비 방식에 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명품 수요는 크게 줄지 않고 있어, 가격이 아닌 다른 요인이 소비를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버킨백 25 사이즈의 생산 원가는 약 1000달러(약 140만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반면, 미국 판매가는 세금을 포함해 약 1만2000달러(약 1600만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약 18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와 판매가 사이의 격차가 재조명되면서 “명품 가격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명품 시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3년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약 3620억 유로에 달하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구조의 핵심은 단순한 고가 전략이 아니라, 공급과 접근을 동시에 통제하는 방식에 있다.

명품 브랜드는 생산량뿐 아니라 실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희소성을 만든다. 버킨백과 같은 제품은 매장에 상시 진열되지 않으며, 구매를 원하더라도 즉시 구입할 수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물리적 부족이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 형성된 희소성에 가깝다.

여기에 접근 장벽이 결합된다. 명품은 가격만으로 구매가 결정되지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의 구매 이력이나 고객 등급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구매자’가 아니라 ‘선별된 고객’으로 분류된다. 일부 소비자가 가방을 사기 위해 먼저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도 이 구조와 맞닿아 있다.

이 구조는 2차 시장에서 다시 강화된다. 명품 가방과 시계는 리셀 시장에서 정가를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되며, 일부 제품은 구매 직후 가격이 상승하기도 한다. 이는 브랜드가 만든 희소성이 시장에서 다시 가격으로 검증되면서, 소비를 더욱 자극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명품 가격은 생산 원가가 아니라  유통 통제 → 접근 제한 →  2차 시장 재평가 라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이 구조에서는 가격이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명품 소비가 유지되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신호 기능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베블런 효과’로 설명한다. 가격이 높을수록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제품이 개인의 경제적 위치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작용할 때 나타난다.

연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2024년 소비 트렌드 관련 강연에서 “현대 소비는 물건 자체보다 의미와 상징을 소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명품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위치를 표현하는 기호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투자 개념까지 결합되고 있다. 명품 제품이 리셀 시장에서 자산처럼 거래되면서, 소비는 사용을 넘어 가치 상승을 기대한 투자 선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명품은 소비재와 투자 자산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소비 방식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가격과 실제 가치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소비가 과시적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SNS를 통한 노출이 증가하면서 명품 소비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명품 시장은 쉽게 위축되지 않는다. 희소성과 상징성, 그리고 투자 가치가 결합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수요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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