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책은 덜 팔렸는데 더 벌었다…출판시장,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사진:교보문고 분당점 전경. 제공=교보문고]

24년 국내 출판시장에서 이례적인 수치가 나타났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주요 출판사 71곳의 총매출은 4조8,9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468억 원으로 36.4% 증가했다. 외형은 줄었는데 수익성은 크게 개선된 구조다.

이 같은 흐름에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있다. 그의 작품을 출간한 창비와 문학동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급증했다. 특정 작가와 작품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 수익 구조를 끌어올린 것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성장’이라기보다 ‘집중’에 가깝다는 점이다. 전체 매출이 줄었다는 것은 책을 구매하는 총량 자체는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신 일부 베스트셀러에 소비가 몰리면서, 비용 대비 수익이 높은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출판업계에서는 이를 ‘히트작 중심 수익 구조’로 본다. 대형 베스트셀러는 초판 이후 추가 인쇄 비용이 낮고, 마케팅 효율도 높아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되는 특징이 있다. 반면 중소 출판사나 신간 다수는 판매 부진과 재고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된다.

유통 단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서점은 매출이 증가하는 동시에 영업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판매량 증가보다 ‘잘 팔리는 책 중심의 판매’가 수익성을 개선한 셈이다. 유통 역시 다품종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특정 도서 중심으로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콘텐츠 소비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온라인 서점과 플랫폼 추천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소비가 상위 콘텐츠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알고리즘과 랭킹 중심의 노출 구조가 베스트셀러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그 결과 시장 전체의 ‘롱테일 소비’는 약화되는 흐름이다.

출판 산업 내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수익 구조 개선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의 다양성이 축소되는 징후로 해석한다. 특정 작가와 작품에 수요가 집중될수록 신진 작가와 중소 출판사의 진입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특정 작가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출판 시장이 일시적으로 확대되지만, 그 효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중국의 모옌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2024년 출판시장의 성과는 ‘성장’이라기보다 ‘재편’에 가깝다. 이 흐름이 고착될 경우 출판시장은 더 이상 다양한 책이 고르게 팔리는 구조가 아니라, 소수의 히트작이 산업을 지탱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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