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WHO 뇌질환 ‘34억명’ 확인…확대되던 뇌질환 시장, 진단·치료 투자 더 커진다

[사진: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6 세계 뇌 건강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잇다. 제공:파리 뇌 연구소]

전 세계 신경계 질환 환자가 34억명에 달한다는 세계보건기구 발표 이후 관련 의료·기술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질환 규모가 재확인되면서 진단, 치료, 데이터 분야 전반에서 투자와 기술 경쟁이 동시에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번 수치는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뇌 건강 포럼’에서 공개됐다. WHO와 파리 뇌 연구소 등이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각국 정책 결정자와 글로벌 기업, 연구기관이 참여해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핵심은 환자 규모의 절대치다. 34억명은 세계 인구의 40%를 넘는 수준이다. 연간 사망자도 1180만명에 이른다. 질환 부담이 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산업 측면의 영향도 커지고 있다.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분야는 진단 시장이다. 뇌질환은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병원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MRI와 CT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미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와 GE 헬스케어는 영상 장비에 AI 분석 기능을 결합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뇌졸중 환자의 골든타임 판단과 치매 조기 진단이 주요 적용 영역이다.

진단 정확도뿐 아니라 처리 속도도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응급 상황에서 영상 판독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이 병원 도입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약 개발 시장도 변곡점을 맞고 있다. 신경계 질환은 임상 실패율이 높고 개발 기간이 길어 투자 기피 영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환자 규모 확대와 정책 지원이 맞물리면서 투자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일라이 릴리와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치료제는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보이며 시장 기대를 높이고 있다. 완치가 아닌 진행 지연 단계지만 상업적 가치가 확인되는 국면이다.

바이오 기술 측면에서는 단백질 축적 억제, 면역 반응 조절, 유전자 치료 접근이 동시에 시도되고 있다. 치료 패러다임이 단일 기전에서 다중 기전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데이터 산업은 세 번째 축이다. 뇌질환은 장기 추적과 복합 데이터 분석이 필수다. 이에 따라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모델, 디지털 치료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가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 치료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지 기능 훈련, 행동 치료, 생활 습관 관리 프로그램이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된다. 일부 국가는 보험 적용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책 환경도 산업 성장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다. 이번 포럼에서는 신경질환과 정신질환을 통합 관리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질환을 생물학적 지표 기반으로 재정의하고 조기 진단과 예방 중심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접근은 진단 기술과 데이터 산업 확장으로 직결된다.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은 혈액 검사나 영상 데이터를 통해 질환을 조기에 탐지하는 방식이다. 관련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의료 접근성 격차 역시 산업 확대의 배경이다. WHO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의 신경과 전문 인력은 인구 10만명당 0.03명 수준이다. 고소득 국가(2.7명)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의료 인력 부족이 기술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로 인해 원격진료와 AI 기반 진단 솔루션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최소한의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AI 영상 분석 스타트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병원과 협력해 진단 보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협력하거나 해외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산업 성장에는 변수도 존재한다. 신약 개발의 경우 임상 실패 위험이 여전히 높고, 진단 기술은 규제 승인과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시장 확산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개인정보 규제도 주요 변수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경쟁이 기술 정확도와 데이터 축적 능력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확보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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