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이레놀 자제’ 발언 논란…대규모 분석서 자폐 연관성 확인 안 돼”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복용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과 달리, 대규모 메타분석에서 관련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확산된 논란을 의학적으로 재검증한 셈이다.
19일 영국 런던 세인트조지스대학교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신경발달 장애 간 연관성을 다룬 연구 43편을 종합 분석했다. 해당 결과는 2026년 1월 ‘란셋 산부인과·부인과·여성건강’에 게재됐다.
분석 결과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지적장애 발생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존 일부 연구에서 관찰된 연관성이 약물 자체 효과가 아니라 고열, 감염, 통증 등 기저 질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의 공개 발언에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 등 신경발달 장애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해당 발언은 인과관계를 입증한 임상 근거 없이 일부 관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박이 이어졌다.
의학적으로 핵심 쟁점은 ‘연관성’과 ‘인과관계’ 구분이다. 일부 초기 연구에서는 약물 복용군에서 자폐 발생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됐다. 하지만 이들 연구는 약을 복용하게 만든 원인 질환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이번 메타분석은 이 지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표본 수가 충분하고 추적 기간이 긴 연구를 중심으로 선별했고, 회상 오류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은 설문 기반 연구는 제외했다. 단순 상관관계만 제시한 연구도 분석 대상에서 배제했다.
특히 동일 가정 내 형제자매를 비교하는 연구가 핵심 근거로 활용됐다. 같은 유전적 조건과 환경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약물 노출 여부만을 비교해 교란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 분석에서도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임신 중 약물 안전성 평가에서 중요한 변수는 ‘복용 이유’다. 고열과 감염 자체가 태아 신경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 복용 여부만을 기준으로 결과를 비교하면 질환 영향이 약물 효과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질환 요인을 통제한 결과, 아세트아미노펜과 신경발달 장애 간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 중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해열·진통제로 자리 잡고 있다. 대체 약물인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임신 후기 태아 신장 기능 저하나 동맥관 조기 폐쇄 위험 때문에 사용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임신 중 고열과 통증을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정 용량 내 약물 사용이 산모와 태아 모두의 위험을 낮추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이번 분석 결과는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둘러싼 논쟁에서 ‘위험 신호’로 해석됐던 기존 연구를 재평가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의료계에서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유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약물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결과가 무제한 사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복용 필요성과 용량, 기간은 의료진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다.
의학계에서는 건강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과학적 근거를 구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임신과 같이 민감한 영역에서는 정보의 정확성이 치료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