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졸업앨범도 투표로 결정…딥페이크가 바꾼 ‘일상 기록’

[사진:법무부에서 제작한 딥페이크 홍보물. 제공:법무부]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사라졌던 세대가 이번에는 졸업앨범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에서 딥페이크 범죄 우려 등을 이유로 졸업앨범 제작 여부를 학부모와 학생 투표로 결정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학교의 기록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학교가 제시한 이유는 구체적이다. 사진의 온라인 확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갈등, 그리고 딥페이크를 통한 이미지 악용 가능성이다. 과거에는 “어떻게 남길 것인가”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남겨도 되는가”가 먼저 고려되고 있다.

세태 변화에는 딥페이크 기술이 있다. 경찰청이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기반 디지털 성범죄 적발 건수는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며, 피해자 상당수가 청소년으로 나타났다. 일상적인 얼굴 사진이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사진 촬영 자체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호주에서는 한 중학생이 동급생 수십 명의 얼굴 이미지를 활용해 합성 사진을 제작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교육 당국이 학교 내 딥페이크 범죄 대응 지침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도 학생 간 이미지 합성 문제가 교육 현장의 주요 디지털 윤리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기술 문제가 아니라 ‘기록 환경의 변화’로 본다. Hany Farid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교수는 2024년 인터뷰에서 “이제는 전문가조차 이미지의 진위를 빠르게 구분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며 “사진은 더 이상 자동적으로 신뢰되는 증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록 방식의 변화는 이미 여러 단계에서 진행돼 왔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로, 인쇄 앨범에서 SNS로 이동하면서 기록은 개인 중심으로 분산됐다. 여기에 딥페이크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기록은 더 이상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고려해 선택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대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학교는 졸업앨범 대신 개인 사진 촬영이나 제한된 열람 방식의 디지털 앨범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진 공개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기록을 유지하되 노출을 줄이려는 시도다.

국제기구 역시 유사한 문제를 지적한다. UNICEF는 2024년 보고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아동·청소년에게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위험을 만들고 있으며, 특히 이미지 기반 범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동 이미지가 온라인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관리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기록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졸업앨범은 특정 시기의 경험을 공동으로 남기는 장치로 기능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졸업앨범을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기준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 가깝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남기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제 학교와 가정의 몫으로 넘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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