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읽기만 하나요”…AI 챗봇이 바꾸는 웹툰 소비

웹툰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웹툰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작품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확장되면서, 웹툰 산업이 콘텐츠 중심 구조에서 서비스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이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네이버웹툰이 도입한 AI 챗봇 ‘캐릭터챗’은 이용자가 작품 속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된 기능이다. 캐릭터의 말투와 설정, 세계관 정보를 학습해 실제 인물처럼 반응하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플랫폼 측에 따르면 해당 기능 이용자는 335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대화 수는 7000만 건을 기록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용 행태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특정 캐릭터 챗봇을 활용한 이용자의 경우 원작 열람 회차 수가 약 97% 증가했고, 결제자 수와 매출도 각각 22%, 4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작품에서도 열람 회차와 매출이 각각 77%, 31% 증가했다. 체류 시간 증가에서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이 새로운 흐름은 웹툰 IP가 더 이상 ‘스토리 콘텐츠’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릭터는 이야기 안에 존재하는 요소에서 벗어나, 플랫폼 내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서비스 단위’로 전환되고 있다. 이용자는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캐릭터와 관계를 형성하고, 이 경험이 다시 원작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유사한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구체적인 산업 구조로 확인된다. Character.AI는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생성하고 대화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5년 기준 월간 이용자는 약 2000만 명 수준이며,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70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플랫폼 내 생성된 캐릭터 수는 1800만 개를 넘어섰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와 캐릭터 간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체류 시간 자체를 핵심 가치로 전환하는 구조를 갖는다.
감정형 AI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Replika는 이용자와의 정서적 대화를 중심으로 유료 구독 모델을 구축한 대표 사례다.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따르면 2025년 AI 동반자(컴패니언) 앱 시장은 누적 수억 건의 다운로드와 약 2억 달러 규모 소비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캐릭터와의 관계 형성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존 콘텐츠 산업과 다른 구조를 보인다.
학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콘텐츠 구조의 전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컴퓨터정보시스템저널(Journal of Computer Information Systems)’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정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 상호작용 과정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25년 공개된 플랫폼 분석 연구에서는 Character.AI를 “사용자 생성 콘텐츠와 생성형 AI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소셜 플랫폼”으로 규정하며, 캐릭터와 이용자 간 관계 형성이 핵심 작동 원리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호작용 구조는 이용자 행동 자체를 변화시키는 요소로 이어진다. 2025년 스탠퍼드대학교와 카네기멜런대학교 공동 연구에서는 AI 동반자 서비스 이용자들이 챗봇과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며 인간 관계와 유사한 상호작용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는 동시에 이러한 관계가 장기적으로 정서 의존이나 사회적 고립과 연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2025년 벤처캐피털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가 발표한 ‘소비자 AI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Consumer AI)’에 따르면 전 세계 약 20억 명이 AI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 지출은 약 12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상호작용 기반 서비스가 향후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는 위험 요소도 함께 존재한다. 우선 캐릭터 해석 권한 문제가 제기된다. AI가 생성한 대화가 원작 설정과 충돌할 경우 캐릭터 정체성이 왜곡될 수 있다. 이는 작가의 창작 통제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저작권과 데이터 활용 문제도 쟁점이다. 캐릭터의 말투와 성격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원작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플랫폼이 캐릭터를 서비스화하는 과정에서 창작자의 권리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이 이용자의 감정 소비를 강화하면서 플랫폼 체류를 유도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논의 대상이다. 이는 콘텐츠 산업이 단순 소비를 넘어 이용자의 행동과 시간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AI 챗봇은 웹툰 산업에서 새로운 기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구조에 상호작용과 관계 기반 소비가 결합되면서, IP의 활용 방식과 수익 모델이 동시에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