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를 넘어서라” 넷플릭스, ‘투둠’으로 여는 IP 제국의 시대
“스트리밍 그 이상을 향해”…미국 LA서 대형 팬 이벤트 ‘투둠’ 개최, IP 제국화 본격 시동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주최한 대형 팬 행사 ‘투둠(Tudum)’을 통해 또 한 번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저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지적재산권(IP) 제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이번 이벤트를 통해 보다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둠’은 단순한 팬미팅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자체 보유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팬덤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IP를 확장·재생산하는 ‘콘텐츠 생태계 중심축’ 구축을 시도한 장이다. 이 부분에서 넷플릭스는 이제 ‘제2의 디즈니’를 노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디즈니를 넘어서겠다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 ‘OTT’에서 ‘IP 허브’로…넷플릭스의 고민과 결단
넷플릭스는 오랜 기간 ‘플랫폼’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자’라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콘텐츠 경쟁이 격화되며 단순 제작자로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졌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 등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이미 IP 기반 상품화, 테마파크, 게임, 패션 등 수직계열화한 ‘자산화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는 여기에 도전하고 있다.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더 위쳐(The Witcher)’, ‘브리저튼(Bridgerton)’ 등 자사 오리지널 시리즈를 중심으로 브랜드화, 굿즈 판매, 공연, 게임 등에까지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번 ‘투둠’ 행사에서는 전용 굿즈 스토어, 미공개 시즌 예고편, IP 기반 실내 공간체험 등이 함께 마련돼, 팬들의 충성도와 댓글 반응으로 번역되는 ‘감성 지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디즈니와의 차별점…‘IP 생산방식’의 속도전 승부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모두 IP를 중심축에 둔 수익 모델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전략적 접근은 매우 다르다.
디즈니는 100년에 가까운 역사 속에서 미키마우스, 스타워즈, 마블, 픽사 등의 방대한 IP 풀을 갖고 있다. IP 하나가 평균 10~30년간 반복 활용 가능한 구조다. 반면 넷플릭스의 IP들은 상당수가 최근 10년 내 생산된 비교적 신생 콘텐츠다. 그러나 이 점은 넷플릭스에게 오히려 ‘신속성’이라는 무기를 쥐여준다.
디즈니가 콘텐츠를 오랜 시간 공들여 관리하고 전통 산업으로 펴낸다면, 넷플릭스는 팬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 트렌드에 빠르게 맞춘 콘텐츠를 제작하고, 곧바로 글로벌로 확산시킨다. 이는 기존 IP의 수명이 길지 않아도 반복적인 신작 생산과 그에 따른 소비자 집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매년 수백 개의 오리지널 타이틀을 쏟아내며, 그 중 소수만이 대중적 인기를 얻더라도 전체 플랫폼 유지와 브랜딩에는 충분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 팬덤은 브랜드다… 투둠의 끝나지 않는 실험
‘투둠’은 단지 콘텐츠를 위한 축제가 아니다. 콘텐츠 소비자에서 팬을 넘어 ‘브랜드 지지자’로 전환시키는 실험장이다. 디즈니가 세대를 아우르는 유년기 추억을 통해 감정적 유대를 넓혔다면, 넷플릭스는 팬덤 중심의 소셜미디어, OTT 이용패턴, 테크놀로지를 통해 맞춤형 대중문화를 조각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번 행사 이후로도 게임 체험, 확장현실(XR) 콘텐츠, AR 굿즈와 연동된 소비 경험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IP 행사들이 점차 플랫폼 외부로 이동하면서, 실감형 체험 콘텐츠와 연결된 차세대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넷플릭스는 왜 디즈니가 될 수 없고, 되려 하지 않는가
현재까지만 보면 디즈니의 IP 구축 방식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모델처럼 보인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애초부터 디즈니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 미디어 자산이 없이도 전 세계 수천만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IP 회사를 구축하고자 한다.
지금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넷플릭스는 ‘콘텐츠 소비습관의 플랫폼화’를 통해 팬을 고객에서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결국 이곳에서는 “가장 오래된 브랜드가 최후의 승자가 아니라, 가장 빠르게 팬을 자산화한 자가 승자”가 된다.
넷플릭스의 ‘투둠’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다. 팬들을 들끓게 만든 세계관이 IP 수익화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문 너머, 디즈니가 아닌 넷플릭스만의 왕국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콘텐츠 전쟁의 다음 막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