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패스는 있는데 공연이 없다”…겉도는 지방청년문화예술 정책

청년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도입된 ‘청년문화예술 패스’지방에서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원금은 지급됐지만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정책의 한계가 ‘문화 인프라 격차’라는 구조 문제와 맞물려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52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문화예술 패스 전국 이용률은 34.3%그쳤다. 전체 예산 233153원이 사용되지 못한 남았다. 특히 전북의 경우 발급률은 73%달했지만 실제 이용률은 25%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참여 부족 문제가 아닌 ‘곳이 없는 구조’가깝다는 점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자료를 보면 전국 공연장의 60%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만 1300개가 넘는 공연장이 몰려 있는 반면, 전북을 포함한 전라도 전체는 200수준에 그친다. 공연 선택지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원금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발표한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도 이러한 격차는 확인된다. 최근 1년간 공연·전시 관람 경험 비율은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공연 관람은 접근성에 따라 참여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분야로 분석됐다.

정책 설계 역시 수도권 중심 구조를 전제로 이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문화예술 패스는 연극, 뮤지컬, 전시 등 ‘순수예술’ 중심으로 설계돼 있으며, 영화·지역 축제·생활문화 프로그램 등은 사용처에서 제외돼 있다. 결과적으로 공연장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사용 가능한 콘텐츠가 줄어드는 구조다.

박병윤 전북도 예술육성팀장은 “전북에서는 순수 공연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청년들이 선택할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며 “지역 축제나 다양한 문화행사로 사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수요 지원 중심 정책의 한계’해석한다. 문화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개인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은, 공급 인프라가 충분한 지역에서는 효과를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3발표한 지역문화 격차 관련 보고서에서도 “문화 향유 격차는 개인 소득보다 지역 인프라 접근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분석했다.  지원금 확대보다 지역 문화시설과 콘텐츠 공급 기반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공급 중심 정책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많다. 프랑스는 ‘패스 컬처(Pass Culture)’통해 청년에게 문화 바우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지역 문화시설과 연계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있다.  소비 지원이 아니라 지역 문화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다.

영국 역시 지역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Arts Council England’중심으로 지방 문화기관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해 왔다. 2023년부터는 문화예산 일부를 런던 지역에 우선 배분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문화 인프라의 지역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문제 인식은 존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 문화시설과 공연 콘텐츠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문화 향유 정책과 문화 인프라 정책이 분리되어 운영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원금은 존재하지만 사용할 문화 환경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다. 문화 격차는 소비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다. 동일한 정책이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는 현실은, 문화 정책이 ‘지원’ 중심에서 ‘구조’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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