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체육관 안 ‘훈육’의 폭력화…5세 사망 판결 아동 인권 사각지대 해결해야

[사진:의정부지방법원]

경기 양주시 태권도장에서 발생한 5세 아동 사망 사건에 대해 법원이 징역 30년을 선고하면서, 유소년 체육시설 내 아동 인권 보호 체계의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생명 위험 상태에 놓였음을 인식하고도 방치한 점과 사건 이후 증거 인멸 시도를 중형 선고의 주요 사유로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1부는 2025년 4월 10일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 관장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며 “피해 아동을 장시간 방치한 행위는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건은 2024년 7월 도장 내에서 반복적인 신체적 폭력과 과도한 훈련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피해 아동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으로 숨졌다.

아동학대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 속에서 발생하는 범죄라는 점은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12월 발표한 ‘2023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확인된 아동학대 사례 3만 9천여 건 가운데 약 82%가 부모 등 보호자 및 돌봄 관계자에 의해 발생했다. 같은 자료에서는 학대 발생 장소가 가정 외 시설로 확대되는 경향도 함께 나타난다.

특히 유소년 체육시설은 아동이 장시간 머무르면서도 외부 감시가 제한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조사’에서 체육·교육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통제와 폭력에 대해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 구조가 제도적으로 충분히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체육시설 지도자를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발표한 체육지도자 관리 자료에서도 지도자 자격 취득 이후의 지속적 관리와 현장 점검 체계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CTV와 같은 물리적 장치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이 2023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CCTV가 설치된 환경에서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사례가 확인되며, 단순 설치만으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실시간 관리나 외부 감독 체계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사후 증거 확보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는 유사 사건 이후 제도적 대응이 구조적으로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 미국은 2017년 이후 유소년 스포츠 분야 전반에 대해 ‘SafeSport Act’를 도입하고, 독립 조사기구인 미국세이프스포츠센터(U.S. Center for SafeSport)를 통해 지도자 교육, 신고 의무, 외부 조사 기능을 강화했다. 이 제도는 선수와 지도자 간 권력 불균형을 줄이고, 외부 감시를 제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역시 아동 보호를 위한 통합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교육부가 2018년 개정한 ‘Working Together to Safeguard Children’ 지침에서는 학교·체육시설·의료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고, 아동 보호를 위한 다기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아동과 지도자가 단독으로 장시간 접촉하는 상황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원칙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도 정책 개선 필요성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경기도가 수립한 아동정책 기본계획에서도 아동 보호를 ‘시설 자율’이 아닌 ‘공적 관리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된 바 있다. 이는 아동이 생활하는 공간 전반을 국가 책임 하에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이번 사건은 법원의 중형 선고로 일단락됐지만,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체육시설과 같은 준교육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도자 자격 관리, 시설 운영 기준, 외부 감독 체계를 동시에 재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동이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훈육과 폭력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유사 사건의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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