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세요?”…AI 스미싱, 여성·성소수자 이미지까지 악용
“오늘 밤 외로우세요?”
가수 겸 배우 하리수가 2025년 4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문자에는 특정 신체 조건과 직업을 제시하며 만남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메시지는 외부 링크 접속과 계정 추가를 유도하는 구조로, 최근 확산되는 스미싱 수법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메시지는 외모·직업·연령 정보를 조합해 가상의 인물을 구성하고, 관계 형성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반응을 유도한다. 실제 인물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익숙한 이미지를 결합해 신뢰를 형성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스미싱 범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2024년 발표한 ‘스미싱 탐지 동향’에 따르면 국내 탐지 건수는 2022년 약 50만 건에서 2023년 200만 건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피해 유형은 금전 탈취를 넘어 개인정보 수집, 계정 탈취 등으로 확장됐다.
기술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성을 모방하는 딥보이스와 얼굴·영상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결합되면서 메시지의 현실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문장 구성까지 더해지며 범죄 시나리오가 정교해지는 흐름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024년 11월 열린 ‘사이버보안 포럼’ 발표에서 “최근 피싱 범죄는 기술적 침투보다 사용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신뢰를 유도하는 서사 구조가 결합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활용된다. 메시지에는 ‘젊은 여성’, ‘서비스직’, ‘외로움’과 같은 요소가 결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에서 익숙하게 소비되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문화적 맥락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는 2023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젠더 강연에서 “디지털 공간에서 여성 이미지는 여전히 유인과 소비의 대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범죄와 결합될 경우 왜곡된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성소수자 정체성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포함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집단을 암시하는 방식이 대상화와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미지가 범죄 도구로 활용될 경우 그 영향은 개인을 넘어 집단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제도는 아직 기술 변화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 체계는 금전 피해와 개인정보 침해를 중심으로 처벌이 이뤄지며, 이미지 도용이나 사회적 대상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장치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24년 보안 권고에서 “출처가 불명확한 링크는 클릭하지 말고, 의심스러운 메시지는 즉시 삭제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또한 AI 기반 사칭 범죄에 대한 이용자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규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AI Act’ 논의 과정에서 딥페이크 콘텐츠 표시 의무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미국 일부 주에서도 AI 기반 사칭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스미싱은 문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동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 외모·직업·감정 상태를 조합한 이미지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반응을 유도하는 구조다.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된 이미지와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하리수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