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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올려도 더 팔린다…명품 소비가 드러낸 욕망과 보상 구조

사진=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명품 가격이 오를수록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에르메스와 샤넬 주요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국내 실적은 오히려 상승했다. 가격 상승이 수요를 억제한다는 일반적인 경제 논리와는 다른 흐름이다.

에르메스코리아의 2024매출은 9643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3% 늘었다. 샤넬코리아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18446원으로 증가했다.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 차례 이상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비는 줄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전반에서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상은 경제학적으로 ‘베블런 효과’설명된다. Thorstein Veblen1899년 『유한계급론』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가격이 높을수록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소비를 의미한다. 소비가 실용적 필요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작동할 나타나는 특징이다.

명품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 자체가 하나의 신호로 기능한다. 가격이 오르면 접근 가능한 소비자가 줄어들고, 이는 희소성을 강화한다. 특히 에르메스처럼 생산량을 제한하는 브랜드의 경우 가격 상승은 ‘선택된 소비’라는 인식을 강화하며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학적 해석도 이어진다. Pierre Bourdieu는 ‘구별짓기'(1979)에서 소비를 개인 취향이 아닌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행위로 설명했다. 특정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계층과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소비는 최근 들어 더욱 구조화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2023발표한 럭셔리 리포트에 따르면, 고가 소비는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상위 소비층을 중심으로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확실한 가치’지닌 브랜드에 소비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국내 소비에서도 유사한 심리가 확인된다. 가격이 오를수록 “지금 사지 않으면 비싸진다”인식이 확산되며 구매가 앞당겨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여기에 리셀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 기대까지 더해지며, 명품은 소비재이자 투자 자산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같은 현상은 뇌의 보상 시스템과도 연결된다.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는 고가 제품을 소유할 개인이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경향이 확인된다. 특히 희소성과 상징성이 높은 제품일수록 긍정적 감정 반응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부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이러한 소비가 보상과 관련된 영역을 자극해 일종의 ‘보상 경험’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감정이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비교 구조와 결합된다는 점이다. 무엇을 사느냐보다 얼마나 비싼 것을 소비하느냐가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소비는 점점 ‘선택’아니라 ‘증명’영역으로 이동한다. 가격은 이상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차이를 드러내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격 인상은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구매를 자극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브랜드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글로벌 명품 기업 LVMH2023연간 매출 800유로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소비 구조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가격 상승이 브랜드 가치보다 투기적 수요를 자극할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할 있고, 과시적 소비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비교와 불안이 심화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소비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 이는  욕망과 감정, 그리고 사회적 신호가 결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명품은 물건이 아니라 감정을 판매하는 상품에 가깝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강한 만족을 유발하는 구조 속에서, 소비는 합리성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보상과 사회적 위치를 동시에 확인하는 행위로 작동한다.

비싼 것이 아니라, 비싸기 때문에 팔리는 시장.
명품 소비는  가격이 아니라, 욕망과 보상의 구조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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