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유네스코 등재 추진 본격화…정책·산업·문화주권 관점부상
한복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한복이 전통 보존의 대상에서 정책과 산업, 국제 인식이 결합된 복합 문화자산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중장기 계획과 민간 조직화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되며, 한복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가 가시화되는 흐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12월 발표한 ‘전통문화산업 진흥 기본계획(2025~2029)’에 따르면, 정부는 한복을 포함한 전통문화 산업 규모를 2023년 약 2조원 수준에서 2029년까지 4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당 계획에는 한복의 생활문화 확산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이 핵심 과제로 포함돼 있다. 앞서 2022년 7월 ‘한복생활’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정책은 보존 중심에서 산업과 활용 중심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간 차원의 조직화도 병행되고 있다. 최근 한복 관련 산업·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재단 설립 논의가 진행되면서, 정책과 연계된 실행 주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부 계획을 실제 시장과 문화 현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구조로 해석된다.
한복의 산업적 확장성도 주목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3년 발표한 한류 콘텐츠 산업 분석에 따르면, 전통 의상과 시각 요소는 드라마·공연 등 영상 콘텐츠의 해외 소비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실제로 사극과 공연 콘텐츠에서 한복은 한국적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되며, 관광과 연계된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문화의 국제적 위치를 둘러싼 논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 문화권을 중심으로 전통 복식의 기원과 정체성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개별 문화의 역사성과 독자성을 국제 기준으로 확정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의 기원과 지속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로 기능한다.
학계에서는 한복을 ‘생활문화 기반의 복합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화정책 전문가인 가천대 조효숙 석좌교수는 2024년 전통문화 정책 관련 논의에서 “한복은 단순한 전통 복식이 아니라 생활문화, 산업, 문화정체성이 결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유네스코 등재 역시 보존을 넘어 활용과 확산 전략 속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기술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국가무형유산 침선장 구혜자는 최근 한복 관련 논의에서 “한복은 기술 전승과 생활문화가 함께 유지될 때 의미가 지속된다”며 “일상에서의 활용이 확대되어야 전통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접근성 확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리꾼 장사익은 “한복이 특정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과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생활문화로서의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정책과 시장의 연결을 과제로 본다. 재단 설립에 참여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연계된 민간 주도의 지속적인 활동이 있어야 산업 기반이 형성된다”며 “한복을 안정적인 산업 구조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복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이 실질적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제도와 산업, 생활문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문화유산 지정에 그칠 경우 상징적 의미에 머물 수 있지만, 일상 소비와 산업 확장으로 이어질 경우 문화적·경제적 가치가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복을 둘러싼 흐름은 전통 보존을 넘어 정책, 산업, 국제 인식이 교차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 추진은 이러한 변화를 제도화하는 과정으로, 한복의 위치를 국내 문화자산에서 국제 문화 기준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한복세계화재단 창립총회. 제공:한복세계화재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