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문화정책 인프라 늘었는데, 지역 격차는 그대로

[출처: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 정책은 확대됐지만, 그 성과는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5년 4월 발표한 ‘2023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245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문화정책, 자원, 활동, 향유 전 영역에서 지역 간 격차가 확인됐다.

우선 제도 측면에서는 문화 관련 조례가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기준 광역자치단체 평균 44.5건, 기초자치단체 평균 1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방정부가 문화정책을 별도 정책 영역으로 확장해온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제도의 확대가 곧바로 정책 수행 역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화 분야 행정인력 비율은 광역 4.4%, 기초 3.3% 수준에 머물렀다.
정책 수는 늘었지만 이를 집행할 인력은 제한적이었고, 같은 정책이라도 지역별 실행 수준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됐다.

예산 흐름은 보다 분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광역자치단체 문화 관련 예산 비율은 2020년 2.07%에서 2023년 1.75%로 감소했고, 기초자치단체 역시 2.08%에서 1.93%로 줄었다.
정책 확대 흐름과 달리 재정 투입 비중은 축소된 셈이다. 반면 국가유산 보존·관리 예산 비율은 기초자치단체 기준 33.7%까지 상승했다.
이는 문화정책이 창작이나 향유 확대보다는 기존 자산 유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역 문화 활성화보다는 보존 중심의 재정 운용이 강화되는 방향이다.

시설과 접근 조건 사이의 간극도 확인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문화시설 수뿐 아니라 접근 거리와 이용 시간까지 포함한 지표가 도입됐다.
시설 자체는 확대됐지만 실제 이용 가능성은 지역마다 달랐다. 특히 생활문화시설과 문화예술시설의 접근성은 지역 간 차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동일한 시설이 존재하더라도 접근 시간이 길거나 이용 조건이 제한될 경우 체감되는 문화 환경은 크게 달라진다. 문화 격차는 시설 수보다 이용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문화활동과 산업 영역에서는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문화예술단체, 예술인, 문화산업 종사자 수는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경향을 보였고, 지역 간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문화산업 지표가 포함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분명해졌다. 문화는 더 이상 공공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산업과 결합된 영역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자본과 인력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문화 기반 역시 강화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문화 향유 방식의 변화도 함께 나타났다. 공연 티켓 판매, 영화관 매출 등 소비 지표가 포함되면서 문화 경험이 참여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문화 향유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지역 환경과 조건의 영향을 받는 영역으로 나타났다. 인구 규모, 경제 수준, 시설 밀도에 따라 문화 소비 규모가 달라지면서 지역 간 격차가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 이어졌다.

종합하면, 문화의 부족이 아니라 분포의 차이다. 정책은 확대됐고 시설도 증가했지만, 인력과 예산, 접근 조건, 산업 기반이 지역마다 다르게 형성되면서 결과 역시 달라졌다.

보고서는 지역문화 정책이 공급 확대에서 벗어나 지역 여건을 반영한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접근성을 개선하고, 정책을 늘리는 것보다 실행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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