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사회

부산 연극의 기반을 세운 전성환 별세…지역 전위무대 60년 이끌어

[사진:故 배우 전성환. 제공한국연극협회]

부산 연극계를 지탱해온 원로 배우 전성환이 지난 8월 3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 장례는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치러진다.

1940년 북간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해방 이후 원산을 거쳐 1951년 1·4 후퇴 당시 부산에 정착했다. 피란과 정착의 경험은 그의 삶과 연기에 깊은 흔적으로 남았다. 그는 1960년대 초 부산에서 연극 활동을 시작하며 무대에 들어섰고, 1963년 동생 전승환과 함께 극단 전위무대를 창단했다. 전위무대는 이후 60년 넘게 활동을 이어온 부산의 대표 극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역 연극의 제작과 공연 기반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성환은 배우이자 연출가였으며, 한국연극협회 부산지부장과 부산시립극단 수석 연출, 예술감독위원장 등을 맡으며 공공 영역에서도 활동했다. 부산MBC 프로듀서와 성우로 일하며 방송 영역에서도 활동했다. 그의 경력은 창작과 행정, 교육과 운영을 아우른다.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작품으로 확인된다. ‘세일즈맨의 죽음’, ‘리어왕’, ‘나생문’ 등 고전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고,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에서는 오랜 연극 인생이 응축된 연기를 선보였다. 1980년대에는 모노드라마 ‘새’를 직접 각색·연출하며 부산 연극계에서 드문 1인극 형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화려한 기교보다 절제된 표현으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연기가 그의 특징으로 평가돼 왔다.

그는 2001년 제11회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하며 지역 연극인으로는 이례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시 수상 배경은 수십 년간 부산에서 활동하며 지역 연극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았다. 중앙 중심의 공연 구조 속에서 지역에서 활동한 배우가 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대 이후 그는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영화 ‘청풍명월’과 ‘활’에 출연했고, ‘태왕사신기’, ‘제빵왕 김탁구’, ‘뿌리 깊은 나무’ 등 드라마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무대에서 쌓은 연기 경험이 영상 매체로 확장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힌 시기였다.

전성환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역’이었다. 서울 중심으로 형성된 공연 시장에서 부산은 제작과 유통, 관객 기반 모두에서 제약이 컸다. 그럼에도 극단 전위무대는 장기간 존속하며 지역 연극의 생산 구조를 유지해온 사례로 꼽힌다. 학계에서도 ‘전위무대’를 부산 연극 발전의 중심 축으로 평가해온 이유다. 전성환은 이 극단의 창단 멤버이자 핵심 배우로서, 지역 연극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도록 한 실질적 기반이었다.

빈소는 부산 온종합병원장례식장 303호, 발인은 2일 오전 11시다. 유족으로는 아들 지웅, 딸 지현·지인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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