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댓글 창은 닫혔지만, 더커진 영상 루머 채널
설리 이후 그에 대한 반성으로 포털 댓글 창은 닫혔다. 그러나 연예인을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2025년 4월의 악성 콘텐츠는 기사 아래 익명 댓글보다 유튜브 영상과 쇼츠, 자극적인 썸네일, 추천 알고리즘과 광고수익 구조를 타고 더 빠르게 퍼진다. 댓글 한 줄이 남기던 상처는 이제 채널 하나가 반복 생산하는 루머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상징적 장면이 ‘탈덕수용소’ 사건이다. 이 채널은 장원영과 강다니엘 등 유명 연예인을 겨냥한 허위·비방성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5년 1월 1심 법원은 운영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장원영 개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별도로 진행 중이며, 2025년 4월 현재 선고는 6월로 미뤄진 상태다.
악플은 감정 아닌 돈 되는 상품이 됐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유명 연예인이 악성 유튜버를 고소했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공격의 형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의 악플이 게시판과 댓글창의 욕설, 조롱, 인신공격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공격은 자극적인 제목과 짜깁기된 사진, 확인되지 않은 의혹, 호기심을 끌어내는 편집과 썸네일까지 결합한 하나의 상품에 가깝다. 연예인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조회수와 광고수익을 끌어오는 재료가 된다. 법원도 1심에서 유명 연예인들을 비방하는 영상을 반복 게시해 적지 않은 이익을 얻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지점에서 악플은 더 이상 감정의 부산물이 아니다. 댓글은 쉽게 묻히지만 영상은 검색되고 추천된다. 댓글은 특정 기사 아래에 머물지만, 영상은 플랫폼을 타고 다른 이용자에게 계속 이동한다. 댓글은 우발적 분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영상은 기획되고 편집되고 수익화된다. 한 번 올라온 루머성 콘텐츠는 복제와 재가공, 2차 인용을 거치며 더 오래 살아남는다. 댓글 시대의 악플이 감정의 언어였다면, 영상 시대의 루머는 유통 구조 안에서 설계되는 콘텐츠에 가깝다.
개인 상처 넘어 K문화 산업 미래 흔든다

실제 피해도 그만큼 달라진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탈덕수용소가 장원영 등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허위 주장을 지속적으로 퍼뜨려 회사 업무와 아티스트 활동에 타격을 줬다고 보고 2022년 11월부터 민형사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이런 공격이 더 이상 연예인 개인의 감정 상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활동 일정과 이미지, 팬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신뢰를 동시에 흔들면서 회사 운영 전반에 부담을 준다. 연예인 한 명을 겨냥한 악성 콘텐츠가 결과적으로는 K팝과 K콘텐츠 산업이 쌓아온 신뢰 자산과 미래 가치까지 갉아먹는 구조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장원영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채널에서 강다니엘 관련 허위·비방성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문제 됐다는 점은, 공격 대상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 주목도 높은 연예인 전반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2025년의 디지털 공격은 한 사람을 집요하게 물어뜯는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다른 연예인에게도 재생산된다. 루머 채널은 사건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먹이로 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루머·딥페이크·사생활 거래로 번진 공격

2025년 3월의 국회 청원 흐름도 이 변화를 보여준다. 김새론 사망 이후 연예인 사생활을 파고드는 유튜버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5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연예인 공격이 더 이상 팬덤 내부 갈등이나 일부 악성 댓글러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규제 논의 대상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론이 묻는 질문도 달라진다. “악플을 어떻게 막을까”가 아니라 “연예인 사생활을 돈벌이로 삼는 유튜브형 산업을 어디까지 방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사례는 또 있다. 2025년 4월 경기북부경찰청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 제작·유포 혐의로 여러 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예인 대상 디지털 공격이 루머 유튜브에 머무르지 않고, AI를 이용한 성적 조작물과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댓글과 루머, 딥페이크는 형식은 달라도 구조는 닮아 있다. 연예인의 얼굴과 이름, 사생활과 이미지가 누군가의 관심 장사와 수익 모델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법과 제도는 뒤늦게 따라간다

법과 수사기관도 뒤늦게 따라간다. 대검찰청은 2024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정식 재판 청구를 적극 활용하고, 약식기소 사건에서도 구형 하한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준을 손질했다. 낮은 벌금형만으로는 반복적 사이버 명예훼손과 수익형 악성 콘텐츠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조치다. 온라인 명예훼손이 더 이상 단순한 인터넷 말다툼이 아니라, 반복성과 이익추구가 결합한 범죄로 인식되기 시작한 셈이다.
그런데도 제도의 변화는 공격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악성 채널은 영상을 올리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하지만, 피해자는 캡처와 링크를 모으고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고 형사와 민사를 병행하며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그 사이 영상은 더 퍼지고, 연예인의 이름은 더 많은 의혹과 함께 소비된다. 법적 절차가 시작될 때쯤이면 피해는 이미 산업 안으로 들어와 있다. 이미지가 흔들리고, 스케줄이 위축되고, 매니지먼트는 대응 비용을 떠안는다. 악플은 이제 산업 바깥의 소음이 아니라 산업 안으로 침투한 비용이 된다.
플랫폼 책임론, 더는 피하기 어렵다
플랫폼 책임도 이 문제에서 비껴가기 어렵다. 설리 이후 댓글창을 닫는 결정은 상징적으로 컸지만, 본질을 끝내지는 못했다. 지금의 공격은 댓글이 아니라 영상과 추천, 수익 배분 구조 속에서 증폭된다. 플랫폼이 스스로를 단순한 통로라고 주장하더라도, 어떤 콘텐츠가 오래 살아남고 어떤 루머가 더 넓게 퍼지는지는 결국 플랫폼 구조와 분리해 보기 어렵다. 알고리즘이 호기심과 분노, 자극성을 선호할수록 연예인을 겨냥한 악성 콘텐츠는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중립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서부터는 업계의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강경 대응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시 모니터링, 영상 단위 증거 보존, 플랫폼별 삭제 요청, 민형사 병행 전략, 광고수익 구조 추적, 딥페이크와 사생활 정보 유출 대응까지 한꺼번에 움직여야 한다. 연예인을 특별대우하자는 뜻이 아니다.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직업군이기 때문에 디지털 폭력의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받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뜻이다.
이제는 댓글이 아니라 시장의 문제다
2025년 4월의 현실은 분명하다. 설리 이후 사회는 댓글의 위험을 알게 됐지만, 지금의 문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댓글은 닫혔지만 루머 채널은 커진다. 악플은 더 이상 한 줄 문장이 아니라 영상이 되고, 채널이 되고, 시장이 된다. 장원영 사건이 보여주는 것도 바로 그 장면이다. 한 연예인을 향한 공격이 어떻게 플랫폼과 알고리즘, 수익 구조를 만나 하나의 산업으로 커지는지, 그리고 그 앞에서 기존의 대응이 얼마나 늦고 약한지를 드러내는 현재진행형의 사례다.
이제 질문은 다시 단순해진다. 왜 댓글창을 닫고도 산업은 더 위험해졌는가. 답은 분명하다. 공격의 중심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우발적 비난에서 수익형 유통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먹이로 삼는 디지털 폭력은 더 이상 여론의 부산물이 아니다. 플랫폼 시대가 만들어낸 상품이자 시장이다.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다음 사건은 또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