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위작 논란, 법원은 “국가 책임 없다”…30년 진위 공방은 계속
고 천경자 화백의 작품으로 알려진 ‘미인도’를 둘러싼 진위 논란과 관련해,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이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유족 측은 상고 의사를 밝혀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는 4월 18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가 위법했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더라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의 ‘진품’ 판단에 따른 국가 책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둘러싼 유족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앞서 검찰은 2016년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의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X선·적외선 분석 등 과학 감정과 전문가 안목 감정을 종합해, 작가의 제작 기법이 작품에 반영돼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소장 이력 조사 결과, 해당 작품이 1970년대 후반 천 화백으로부터 판매된 뒤 정부에 기부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유족 측은 이 같은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 화백 본인이 생전에 “해당 작품을 그린 적이 없다”고 주장해 온 점을 들어 위작 의혹을 제기해 왔다. 특히 일부 감정 결과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검찰 수사의 객관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족 측은 항소심 판결 직후 상고 의사를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변호인은 “수사 과정이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김정희 교수는 “여전히 위작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인도’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해당 작품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천 화백이 직접 위작이라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촉발됐고, 이후 30년 넘게 진위 공방이 이어져 왔다. 논란 속에서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해외로 이주했으며, 2015년 별세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미술 작품의 진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돼 왔다. 과학 감정과 전문가 판단, 작가 본인의 진술이 충돌할 경우 어떤 기준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 미술계에서는 작품 진위 판단이 단일 기준으로 결정되기 어렵다는 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학적 분석은 재료와 기법을 확인하는 데 유효하지만, 작가의 창작 여부를 단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작가의 진술 역시 시간이 지나며 검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검찰 수사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한 것으로, 작품의 예술적 진위 자체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미인도’를 둘러싼 진품 여부 논쟁은 사법 판단과 별개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