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산불로 국가유산 피해는 총 35건…역사와 기억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대규모 산불이 영남권을 휩쓸며 국가유산이 잇따라 피해를 입은 가운데, 재난 상황에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산상의시설 피해를 넘어 역사와 기억의 손실로 이어질 있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보호는 재난 대응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2025321일부터 44일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는 35건에 달했다. 보물과 명승, 천연기념물 국가지정 문화유산 13건과 시도 지정 문화유산 22건이 포함된 규모다. 특히 천년 고찰과 전통 목조건축이 집중된 사찰 피해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산불은 문화유산 재난 대응 체계에서도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국가유산청은 20253사상 처음으로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하고 750명의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는 기존 문화재 보호 대응 범위를 넘어선 총력 대응으로 평가된다.

사진:화재 피해 예방 목적으로 이운 준비 중인 봉정사 문화유산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4.04.

현장에서는 유물 이송과 방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봉정사와 부석사 주요 사찰에서는 불상과 탱화, 현판 이동 가능한 유물들이 긴급히 인근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목조건물에는 방염포를 덮는 방식으로 피해 확산을 막았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20253봉정사 유물 이송 과정에서 5무진동 차량을 동원해 대형 불화를 밤새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재난 현장에서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보존 작업을 넘어선다. 현장에 투입된 관계자는 20254인터뷰에서 “불길이 바로 앞까지 왔지만 물을 바가지라도 뿌리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전했다. 문화유산 보호가 물리적 대응을 넘어 심리적·문화적 책임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화유산은 단순한 건축물이나 유물이 아니라 사회의 기억을 담는 상징적 자산이라는 점에서 재난 피해의 의미는 더욱 크다. 유네스코는 2023문화유산 보호 보고서에서 “문화유산은 공동체 정체성과 직결되며, 재난으로 인한 손실은 단순한 물리적 파괴를 넘어 사회적 기억의 단절로 이어질 있다”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은 반복돼 왔다. 2019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에도 단순한 건축물 손실이 아닌 문화적 상징의 훼손이라는 점이 강조됐으며, 이후 유럽에서는 문화유산 재난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이 잦아지면서 문화유산 보호 체계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대 건축학과 한필원 교수는 2024문화유산 보존 관련 학술 발표에서 “한국의 목조건축 문화유산은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 기존의 사후 대응 중심 체계에서 사전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설명했다.

이번 산불 대응 과정은 문화유산 보호가 행정 영역을 넘어사회 전체의 역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유물을 옮기고 불길을 막은 것은 제도뿐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재난은 문화유산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이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확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번 산불이 남긴 것은 피해 규모만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지켜내려 했던 사람들의 태도와 문화에 대한 인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진:안동 병산서원에 소방대원들이 살수 작업중이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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