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레이블로”…CJ ENM 글로벌 멀티 레이블과 팬 플랫폼 강화핵심 전략으로 제시

음악 채널 엠넷 30주년을 맞아 CJ ENM이 글로벌 멀티 레이블과 팬 플랫폼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면서, K팝 산업의 방향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방송과 프로그램 제작에 기반을 두던 사업이 아티스트 기획과 팬 플랫폼까지 확장되면서,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 전반이 함께 변할것으로 보인다.
CJ ENM은 15일 서울에서 열린 발표 행사에서 글로벌 레이블 신설과 제작 스튜디오 확대, 팬 플랫폼 ‘엠넷플러스’ 고도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이후 음악 활동과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가는 일종의 일괄 운영 모델이다. 회사 측은 이를 자체 음악 생태계 전략으로 설명했다.
이 변화는 엠넷이 수행해온 역할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프로듀스’ 시리즈와 같은 프로그램은 신인을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해당 아티스트의 활동과 팬 커뮤니케이션까지 직접 이어가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IP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역시 같은 흐름 안에 있다. ‘엠넷플러스’는 가입자 2700만 명, 월간활성이용자 700만 명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투표, 채팅, 커머스 기능을 결합해 팬 참여를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이용자 활동이 데이터로 축적되는 형태다. 콘텐츠 시청을 넘어 팬의 행동과 관계를 관리하는 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HYBE는 팬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통해 아티스트와 팬을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2024년 기준 위버스는 수천만 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하며, 아티스트 콘텐츠·라이브 방송·굿즈 판매를 하나의 앱 안에서 통합 운영하고 있다. 팬 커뮤니티와 상거래가 결합된 형태다.
전통 음반사들도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Universal Music Group은 2023년 발표에서 “아티스트와 팬 간 직접 연결(direct-to-fan) 모델이 향후 핵심 수익원”이라고 밝히며, 자체 플랫폼과 팬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왔다. 공연, 굿즈,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해 음원 외 수익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Sony Music Entertainment 역시 아티스트 IP를 중심으로 게임, 영상, 팬 경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4년 기업 발표에서 소니뮤직 측은 “음악을 중심으로 한 IP가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며 장기적 수익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음악이 단일 상품이 아니라, 여러 산업으로 연결되는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은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기업들은 제작과 유통을 넘어 팬과의 접점을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 자체보다 이용자 관계와 데이터가 중요한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변화의 속도와 범위를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방송사와 플랫폼, 레이블 기능이 결합될 경우 중소 기획사의 참여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 노출 경로를 플랫폼이 통제하게 되면, 시장 내 영향력이 특정 사업자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팬 데이터 활용 문제도 논쟁 지점이다. 플랫폼이 이용자의 투표, 소비, 커뮤니티 활동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사업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보 활용 범위와 권리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음악 콘텐츠는 여전히 산업의 출발점이지만, 운영방식에 따라 사업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CJ ENM의 선택 역시 변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위치를 잡을 것인지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