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확산 속 예술계 ‘공존 규칙’ 논쟁…창작인가 데이터인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험적 전시가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잇따라 열리며 예술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전시에서는 인간의 뇌파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정을 시각화하거나, AI가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공개되며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과 동시에 예술계 내부에서는 “AI를 창작으로 볼 것인가, 데이터 활용으로 볼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전시 현장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AI가 제작 도구를 넘어 전시의 주제 자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리아나미술관 큐레이터는 kbs와 인터뷰에서 전시 맥락에 대해 “AI를 향한 기대뿐 아니라 그 이면의 불안과 노동 변화까지 함께 다루는 것이 최근 전시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I가 기술적 실험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 주요 미술기관에서도 확인된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2023년 레픽 아나돌의 ‘Unsupervised’를 통해 미술관 소장 데이터 13만여 건을 학습한 AI 작품을 전시하고 이를 영구 소장품으로 편입했다. 작가는 당시 인터뷰에서 “데이터는 새로운 안료이자 기억의 매체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이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예술적 매체로 수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수용 흐름과 동시에 반발도 커지고 있다. 2025년 2월 크리스티가 AI 작품 경매를 추진하자 3000명 이상의 예술가가 공개 서한을 통해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AI 모델이 기존 작가들의 작품을 동의 없이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쟁의 핵심은 작품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출처와 권리 문제에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확인된다. 2024년 발표된 생성형 AI 관련 연구에서는 다수의 시각예술가가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투명성과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해 연구에서는 “AI는 창작 노동을 데이터로 전환하며 기존 예술 시장의 가치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제도적 기준 역시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보고서에서 “인간의 창의적 기여가 없는 AI 생성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AI 예술이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 정도가 핵심 기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제기구 역시 유사한 문제를 지적한다. 유네스코는 2024년 문화·창의산업 보고서에서 “AI는 창작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저작권, 공정 보상, 문화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기술 확산과 제도 공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현재 예술계는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첫째는 AI를 새로운 창작 도구로 받아들이는 흐름이다. 둘째는 학습 데이터와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이다. 셋째는 이를 규정하려는 제도와 시장의 움직임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AI가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는 동시에, 인간 창작의 가치가 다시 강조되는 이중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AI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는 한편, 수작업 기반 작품의 희소성과 가치가 재평가되는 흐름도 동시에 나타난다. 기술이 예술을 대체하기보다, 오히려 인간 창작의 기준을 다시 드러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I와 예술의 관계는 이제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기준에 어떻게 편입될까를 살피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