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예방 2조 확대에도…이주노동자 작업 환경과 현장 문화는 그대로
정부가 산업재해 예방 예산을 대폭 늘렸지만, 이주노동자가 놓인 작업 환경과 현장 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확대와 실제 작동 사이의 간극이 반복되는 구조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산업재해 예방 지원 항목으로 2조723억원을 편성했다고 15일 밝혔다. 올해 4733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10인 미만 사업장과 소규모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추락·끼임·부딪힘 등 사고 예방 설비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주노동자 관련 대책도 일부 포함됐다. 산재 사망이 발생한 사업장은 3년간 이주노동자 고용이 제한된다. 장기근속자를 ‘외국인 안전리더’로 지정해 외국어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고 발생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주노동자는 건설·제조·물류 등 위험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돼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 관리가 취약한 공정과 야간·고강도 작업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 장벽은 안전 교육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작업 지시와 안전 매뉴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에 투입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통역이나 다국어 교육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용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이주노동자는 체류 자격과 고용 유지가 연결돼 있어 작업 거부나 문제 제기가 어렵다. 위험 상황에서도 작업을 지속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업재해 통계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사고 사망률은 내국인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는 흐름이 이어졌다. 위험 공정 집중 배치와 안전 정보 접근 격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 문화도 변수로 꼽힌다. 생산 일정이 우선되는 작업 환경에서는 안전 수칙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숙련도가 낮은 신규 인력이 충분한 교육 없이 투입되는 구조도 반복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대책이 구조 문제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특고·플랫폼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핵심 조항이 빠졌다”며 원청 책임 강화와 전속성 기준 폐지 등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업종별 맞춤형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주노동자 산재가 반복되는 사업장과 공정을 중심으로 집중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노동계는 제도 확대에도 현장 작동이 부족하다고 본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연구실장은 특고·플랫폼 노동자 보호와 관련해 감정노동 보호와 작업중지권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해왔다. 다만 이러한 권리가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기업 측에서는 규제 확대에 따른 부담을 제기했다.경영계는 규제 확대에 따른 부담을 우려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대재해 처벌 강화와 관련해 기업과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결국 쟁점은 구조와 문화다. 위험 작업이 외주화되고 취약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언어, 고용, 권한 문제로 안전 규정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상황도 반복된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단순한 고용 문제가 아니라 산업 현장의 운영 방식과 연결돼 있다. 안전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고 예방 정책도 제한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산재 예방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설비 지원과 처벌 강화에 그치지 않고, 작업 배치 방식과 교육 체계, 의사소통 구조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노동자가 위험 상황에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