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서울 1인 가구 40% 눈앞…가족 변화, 문화산업 소비지도도 바꿨다

[사진:서울시 1인가구 요리교실의 모습. 제공:서울시]

서울의 가족 구조가 바뀌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1인 가구와 고령자 가구가 있다. 이 흐름은 복지와 주거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 제작, 공연 편성, 여가 서비스까지 문화산업의 수요 구조를 함께 바꾸고 있다.

서울시가 2025년 9월 공개한 ‘서울시민의 결혼과 가족 형태 변화’ 분석에 따르면 서울의 1인 가구는 전체의 39.9%, 약 166만 가구다. 고령자 가구 비중도 30.2%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같은 자료에서 2016년 35만 가구였던 영유아 가구가 2024년 20만 가구로 줄었고, 비친족 가구는 2016년 6만 가구에서 2024년 12만 가구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가족 단위의 표준형은 약해지고, 개인·고령·비친족 중심의 생활 단위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혼인과 이혼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024년 4만2471건으로 전년보다 16.9% 늘며 반등했지만, 초혼 연령은 남성 34.3세, 여성 32.4세로 계속 높아졌다. 이혼은 줄었지만 황혼이혼 비중은 커졌다. 결혼과 출산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가족 형식이 늦어지고 분화되는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이 변화는 문화산업에서 먼저 체감된다.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문화 소비는 가족 단위 외출보다 개인 단위 선택으로 이동한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는 인터넷 이용률이 93.6%로 텔레비전 91.0%를 앞질렀다. 같은 조사에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OTT, 숏폼 등 디지털 매체 이용이 생활 전반으로 넓어졌고, 60대와 70세 이상도 전통 매체보다 새로운 미디어 이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문화 소비의 중심축이 ‘같이 보는 매체’에서 ‘각자 보는 매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OTT 확산은 그 변화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월간 ‘신문과방송’ 2024년 7월호는 OTT 이용률이 2020년 66.3%에서 2023년 77.0%로 높아졌고, 유료 결제 이용자 비율도 21.7%에서 57.0%로 뛰었다고 정리했다. 같은 자료는 국내 드라마 시장이 내수 중심 방송 편성에서 글로벌 OTT 중심 유통 구조로 이동하면서 제작비가 크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화된 시청 습관은 이런 플랫폼 중심 재편과 맞물린다. 혼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기기에서 보는 소비가 산업 표준이 된 것이다.

문화예술 현장도 비슷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12월 발표한 ‘2024년 국민문화예술 여가활동 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 관람률은 63.0%로 전년보다 4.4%포인트 올랐다. 관람률 자체는 회복세지만, 앞으로의 쟁점은 ‘얼마나 많이 보느냐’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느냐’에 가깝다. 대가족이나 자녀 동반 중심 프로그램만으로는 늘어나는 1인 가구와 고령층 수요를 다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비친족 가구 증가도 문화산업에는 다른 의미를 준다. 친구, 동료, 생활 동반자 등 법적 가족이 아닌 관계가 하나의 생활 단위로 늘어나면 문화 상품도 혈연 가족 중심 묶음에서 느슨한 동행형, 취향 공동체형으로 옮겨간다. 전시, 축제, 클래스,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부모와 자녀’보다 ‘혼자 혹은 관심사 기반 소규모 그룹’에 맞춰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고령화의 영향도 크다. 서울연구원은 2025년 공개한 자료에서 서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증가와 노인 1인 가구 확대에 맞춰 노인을 위한 문화예술 정책 확대 필요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이는 단순 복지 이슈가 아니다. 공연장 접근성, 낮 시간대 프로그램, 실버 대상 여가·문화 서비스, 세대 통합형 지역 콘텐츠가 앞으로 더 중요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문화산업도 ‘젊은 층 중심 편성’만으로는 수요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정책 신호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발표한 ‘문화한국 2035’에서 2024년 국민여가활동조사 기준 국민의 월평균 여가 시간이 평일 3.7시간, 휴일 5.7시간이라고 제시하며, 어린이와 노약자 등 정책 수요자의 취향과 수요를 반영한 여가시설을 강조했다. 문화 수요를 더 이상 평균값으로만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연령, 가구 형태, 생활 패턴에 따라 여가와 문화 소비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정책도 인정한 셈이다.

서울의 가족 지도 변화는  문화산업의 편성표와 상품 구성을 다시 짜게 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개인화된 디지털 소비를 키우고, 고령자 가구 증가는 실버 친화형 문화 서비스의 필요를 높인다. 비친족 가구 증가는 가족 개념 바깥의 새로운 동행 수요를 만든다. 가족 형태 변화가 통계표 안에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와 공연, 여가 시장의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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