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K컬처 성장에도 제작 위축…영화 투자 감소·구조 변화 영향

[사진: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한 달을 계기로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문체부 정책설명을 하고 있다. 제공: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가 K컬처 확산 흐름과 달리 콘텐츠 제작 현장의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1개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서 확인한 상황은 기대와 달랐다”며 “대응이 늦어지면 산업 전반이 하락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외형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초 발표한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산업 매출은 약 152조원으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130억달러를 넘어섰다. 게임·음악·방송 콘텐츠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확대가 이어진 영향이다.

하지만 제작 현장에서는 투자 감소와 프로젝트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최 장관은 “올해 제작비 30억원 이상 한국 영화가 20편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 이전 연간 40~50편 수준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중간 규모 이상의 상업영화 제작이 급감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영화 산업의 수익 구조 변화와 맞물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24년 말 발표한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극장 관객 수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작 리스크는 확대됐다. 일부 흥행작에 수익이 집중되면서 투자 양극화도 심화됐다.

OTT 중심 투자 재편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본 유입은 늘었지만, 국내 제작사의 기획·지식재산(IP) 확보 비중은 낮아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프로젝트 단위 계약이 늘면서 안정적인 제작 기반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고용 불안도 확대되고 있다. 최 장관은 “영화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작 편수 감소가 스태프와 창작 인력의 일감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산업 인력 이탈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대응 속도와 방향을 문제로 지적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24년 말 발표한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서 극장 매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대형 영화 투자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흥행작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제작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구조 변화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이에 맞는 조직 개편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를 다루는 범부처 민관합동위원회 설치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협업 방식 변화도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최 장관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뿐 아니라 ‘메이드 위드 코리아’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자본과 공동 제작을 확대하고,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향이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공동 제작이 일반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 등 플랫폼 사업자가 제작 초기부터 투자와 유통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국가 단위 제작 개념이 약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K컬처의 외형 성장과 제작 기반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정책 대응 시점과 방식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가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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