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값 10년 새 4분의 1…폐지값 급락·한파 까지,종일 일해도 한 끼도 어려워

폐지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겨울 한파까지 겹치면서 폐지 수집에 의존하는 노인층의 생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루 종일 리어카를 끌고 거리를 돌아도 식사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폐지 가격은 신문지 kg당 128.6원, 골판지 88.7원으로 집계됐다. 과거 kg당 300원대를 웃돌던 시기와 비교하면 10여 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는 100kg을 모아도 1만원 안팎에 그쳐 하루 노동 수입이 1만~2만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폐지 수집에 의존하는 노인이 약 18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하락이 곧바로 생계 문제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단기적 요인보다 시장 여건 변화에서 비롯됐다. 2017년 중국이 환경 규제를 이유로 폐지와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면서 국내 재활용 시장의 균형이 무너졌다. 최대 수요처가 사라지자 폐지 재고가 빠르게 쌓였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낮은 가격대가 이어지며 회복 흐름은 제한된 상태다.
국내 수요도 함께 줄었다. 경기 둔화로 골판지 생산이 감소하면서 폐지 소비가 줄었고, 압축장에는 처리되지 못한 폐지가 계속 쌓이고 있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 과정의 부담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재활용품 수집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되면서 비용이 늘었고, 이는 매입 단가 인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간 단계에서 비용이 커지면서 최종적으로 폐지 수집 노인이 받는 가격도 낮아지는 흐름이다.
시장 집중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제지업체가 폐지 유통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가격 결정 권한이 일부 업체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골판지 가격 담합 사건 이후에도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면서 경쟁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폐골판지(OCC) 국제 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국내 가격은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점도 이러한 지적의 배경이다.
여기에 겨울철 한파가 겹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다. 기온이 낮아지면 거리 유동 인구가 줄어 폐지 발생량이 감소하고, 상점과 시장 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집 가능한 물량 자체가 줄어든다. 반면 이동 거리와 체력 부담은 커진다. 같은 시간을 들여도 수입은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된다.
폐지 수집은 공식 고용으로 분류되지 않는 비공식 노동이다. 일정한 근로시간이나 임금 체계, 사회보험 적용 없이 개인이 수집과 운반을 모두 맡는다. 날씨와 경기, 가격 변동에 따라 수입이 크게 달라지지만 이를 보완할 장치는 부족하다. 사실상 개인이 대부분의 위험을 떠안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폐지 수집은 재활용 활동을 넘어 고령층의 생계 수단으로 기능한다. 정규 노동 시장에서 이탈한 고령층이 최소한의 현금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로다. 그러나 가격이 낮아질수록 이 역할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폐지 수집과 같은 영역은 정책 적용이 제한적이다. 공공 일자리 확대만으로는 이 분야에 의존하는 인구 규모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폐지 가격 문제를 가격 변동이 아닌 시장 전반의 문제로 보고 있다. 재활용 수급, 유통 단계의 가격 결정 방식, 고령층 노동 여건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분만 손봐서는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폐지 가격 하락은 재활용 시장을 넘어 고령층 빈곤과 직결된다. 가격 하락, 시장 여건 변화, 계절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가운데 생계 안정 장치는 부족한 상태다. 단기적인 가격 반등보다 유통 구조 개선과 소득 보완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