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경기민요 두 축 한 무대…이희문·고금성 ‘12잡가 완창’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과 고금성이 한 무대에서 경기 12잡가 완창을 선보인다. 전통 장르 가운데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잡가를 두 명이 나눠 부르는 형식으로 구성된 공연이다.

공연 ‘고이 접어 부르는 완창 12잡가’는 1월 30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린다. 두 소리꾼이 잡가 12곡을 절반씩 나눠 부르며, 서로의 소리에 장단을 얹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잡가는 조선 후기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직업 소리꾼들이 부르며 발전한 성악 장르다. 양반층의 풍류방에서 향유되던 가곡·가사·시조 같은 정가가 절제된 미감과 격식을 중시했다면, 잡가는 보다 넓은 청중을 상대로 현장성과 기교를 앞세운 노래로 자리 잡았다. 소리꾼의 성음, 장단 감각, 긴 사설을 끌고 가는 호흡, 고음 처리 능력이 모두 요구돼 단순한 민요보다 훨씬 높은 난도를 지닌다. 한 곡 안에서도 서사와 감정이 크게 흔들리고, 느린 대목과 빠른 대목, 눌러주는 소리와 뻗는 소리가 교차해 소리꾼의 기량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때문에 잡가는 당대 직업 예인들의 실력과 취향, 도시 유흥 문화가 함께 축적된 성악 장르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잡가는 전승 과정에서 점차 기반이 약화돼 왔다. 긴 호흡과 복잡한 장단, 높은 음역을 요구하는 음악적 난도에 비해 이를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교육 환경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직업 소리꾼과 유흥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전승 구조가 해체되면서, 잡가는 일상적 향유에서 점차 멀어졌다. 여기에 공연 시장이 짧은 형식과 빠른 소비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긴 서사와 완창을 전제로 한 잡가의 공연 기회도 줄어든 상황이다. 경기민요 계열 가운데에서도 전승이 가장 까다로운 장르로 꼽히는 이유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잡가의 공연 방식을 변형한 시도다. 한 사람이 전곡을 완창하는 기존 형식과 달리 두 명의 소리꾼이 역할을 나눠 부르며 상호 호흡을 강조했다. 장단과 소리를 주고받는 구조를 통해 단일 완창보다 입체적인 음악 구성을 만든다는 취지다.

이희문은 경기민요 이수자로, 전통 민요에 현대적 퍼포먼스를 결합한 무대를 통해 활동 영역을 넓혀온 소리꾼이다. 기존 민요 공연이 정적인 형식에 머물러 있던 것과 달리, 무대 연출과 장르 협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관객층을 확장해왔다. 록, 재즈, 전자음악 등과 결합한 공연을 통해 경기민요를 현대 공연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 창법을 유지하면서도 표현 방식은 과감하게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러한 연출 요소를 덜어내고 잡가 본래의 구조와 성음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구성을 택했다.

고금성은 경기민요 이수자이자 선소리산타령 전수자로, 전통 창법과 완창 능력을 기반으로 한 정통 소리꾼으로 평가된다. 선소리산타령은 여러 소리꾼이 선창과 후창을 주고받으며 이어가는 경기 성악의 대표 형식으로, 정확한 장단과 성음 운용이 요구되는 장르다. 고금성은 이러한 전통 문법을 충실히 계승해온 인물로, 전주대사습놀이 민요 부문 장원과 KBS국악대상 수상 등을 통해 기량을 인정받았다. 긴 호흡의 잡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완창 능력과 전통적 해석을 강점으로 한다.

이번 무대는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진 두 소리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희문이 전통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해온 인물이라면, 고금성은 전통 형식을 지키며 내실을 다져온 소리꾼에 가깝다. 공연에서는 두 사람이 같은 곡을 나눠 부르며 음색과 해석의 차이를 드러내는 구조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두 소리꾼의 협연은 국악에서 보기 드문 구성이다. 음악적 부담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서로 다른 음색과 해석을 비교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국악계에서는 잡가와 같은 고난도 성악 장르의 전승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공연 환경 변화와 관객 감소 속에서 기존 형식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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