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알약” 면역항암 보조 효과 확인…‘분변 미생물 이식(FMT)’초기 임상서 독성 감소·반응 개선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제시됐다.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분변 미생물 이식(FMT)’이 초기 임상시험에서 치료 반응과 부작용에 동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였다.
캐나다 런던 헬스사이언스센터 연구진은 전이성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한 기증자의 장내 미생물을 캡슐 형태로 투여하는 FMT를 면역항암제와 병용한 임상시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상 임상시험이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치료다. 기존 항암제보다 장기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암 치료의 핵심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면역 반응이 강해지는 만큼 정상 장기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설사와 대장염이다. 면역세포가 장을 공격하면서 염증이 생기는 현상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치료를 중단해야 하고, 이 경우 항암 효과도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치료 효과보다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장내 미생물에서 해법을 찾았다. 장에는 수백 종의 세균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FMT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환자에게 이식해 장 환경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알약 형태로 만들어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임상 결과는 효과 이상의 의미를 보였다. 평가 가능한 환자 18명 중 9명(50%)에서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치료 반응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완전 관해는 2명으로 확인됐다. 완전 관해는 영상 검사에서 암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부작용과의 관계다. 전체 환자의 절반에서는 중증 면역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치료 반응이 나타난 환자군에서는 이런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대로 치료 효과가 없었던 환자군에서는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났다.
이는 장내 환경 변화가 면역 반응을 보다 안정적으로 조절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분석에서도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유지되고 염증을 억제하는 균이 증가한 환자에서 치료 반응이 좋고 부작용이 적은 경향이 확인됐다. 반면 특정 균이 과도하게 증가한 경우 면역 반응이 불균형해지면서 부작용이 커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미는 분명하다.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있어도 끝까지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면 치료를 지속할 수 있고, 이는 생존율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만큼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치료법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는 20명을 대상으로 한 1상 임상으로, 안전성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다. 환자 수가 적고 단일 기관에서 진행된 만큼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개인마다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치료 효과가 나타날지 확인이 필요하다. 기증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감염 위험 관리와 표준화된 제조 방식 역시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연구진 역시 논문에서 추가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다시 확인해야 실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암 치료 접근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약물 자체의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인체 내부 환경을 조절해 치료 반응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등장한 것이다.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 전략이 면역항암제 이후 새로운 치료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