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억 쏟아진 새해 첫 경매…‘검증된 작가’로 다시 몰린다

서울 강남 경매장에 고가 작품이 다시 모였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1월 말 잇달아 여는 새해 첫 경매에 총 148억 원 규모 작품이 올라왔다. 숫자보다 눈에 띄는 건 구성이다. 새로운 작가보다 이미 가격이 형성된 이름이 전면에 배치됐다. 시장이 방향을 바꾼 모습이다.
케이옥션은 28일 경매에 94점을 내놓는다. 총액은 약 98억 원이다. 시작가 10억 원이 책정된 쿠사마 야요이의 ‘버터플라이즈’가 중심에 놓였다. 물방울 무늬와 나비를 결합한 회화다. 같은 자리에는 김창열의 1973년작 물방울 연작과 이우환 ‘다이얼로그’ 대형 작품이 함께 나온다. 추정가가 10억 원 안팎에서 형성된 작품들이다.
하루 앞선 27일에는 서울옥션이 117점을 내놓는다. 규모는 약 50억 원이다. 박수근의 1964년작 ‘모자와 두 여인’이 핵심 작품이다. 4억8000만~8억 원이 책정됐다.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조형 작품, 우국원의 회화도 함께 출품된다.
두 경매를 합치면 211점, 148억 원 규모다. 수량보다 가격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요 작품이 모두 수억 원대에서 시작한다. 경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가격이 이미 정해져 있는 작품들이다.

출품 구성을 보면 흐름이 분명하다.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같은 고전 작가와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 등 국제 시장에서 거래가 반복된 이름이 중심이다. 여성 작가와 도예 작품도 포함됐지만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경매장의 중심은 여전히 블루칩이다.
배경은 작년 시장 상황과 이어진다. 국내 미술 시장은 2022년 이후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가 지난해 들어 조정 구간에 들어섰다. 거래량이 줄고 고가 작품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어졌다. 투자 성격의 매수세가 빠지면서 가격이 확인된 작가로 수요가 쏠렸다.
경매사들도 같은 방향을 택했다. 케이옥션은 “검증된 작가 수요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격이 이미 형성된 작품이 선택된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작가를 밀어붙이기보다 이미 팔렸던 작품을 다시 내놓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보이는 변화도 비슷하다. 전시장에는 익숙한 이름이 반복된다. 작품은 달라졌지만 작가는 같다. 관람객은 새 작가를 찾기보다 가격이 형성된 작품을 확인한다. 경매는 발견의 공간이라기보다 확인의 공간에 가까워졌다.
이 흐름은 해외 시장과도 맞닿아 있다. 뉴욕과 런던 경매에서도 고가 작품은 소수 작가에 집중된다. 거래가 끊기지 않는 작가만 가격을 유지한다. 반면 신진 작가는 경매보다 갤러리에서 먼저 평가를 받는다. 시장이 역할을 나누고 있는 셈이다.
이번 경매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수억 원대 작품은 블루칩 작가가 차지하고, 중저가 구간에서만 새로운 이름이 등장한다. 가격이 높을수록 선택지는 좁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