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졸업작이 베를린 갔다…KAFA, ‘신인 영화 시스템’ 살아있네~

[사진:유재인감독.제공:연화진흥원]

학교에서 만든 장편 영화 한 편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섹션에 들어갔다. 유재인 감독의 ‘지우러 가는 길’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과정에서 제작된 졸업 작품이다. KAFA 영화가 ‘제너레이션 14플러스’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경쟁 초청이 아니라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은 고등학생 윤지가 불법 낙태약을 구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사건 자체보다 선택이 중심에 놓인다. 관계 안에서 밀려난 개인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집중한다. 이동이라는 단순한 설정 위에 인물의 감정과 상황이 겹쳐진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을 받고 배우 이지원이 연기상을 받으며 이미 한 차례 검증을 거쳤다.

베를린 ‘제너레이션’ 부문은 청소년의 삶과 관계, 성장 과정을 다루는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경쟁 섹션은 이 가운데서도 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가리는 자리다. 이번 초청은 작품의 주제와 연출 방식이 이 부문 기준과 맞았다는 의미다. 권력 관계와 자기결정 문제를 다루는 흐름이 최근 국제영화제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KAFA 작품이 해외 영화제에 소개된 흐름을 보면 이번 결과의 위치가 더 분명해진다. 그동안은 ‘포럼’, ‘파노라마’ 등 비경쟁 섹션에 초청되는 경우가 많았다. ‘장례식의 멤버’, ‘죽여주는 여자’,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등이 그 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였지만, 경쟁 부문 진입과는 단계가 달랐다. 이번에는 그 경계를 넘어섰다.

이 변화는 제작 방식과 맞닿아 있다. KAFA 장편과정은 학생이 직접 장편 영화를 완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후반 작업까지 전 과정을 경험한다. 외부 제작 시스템에 들어가기 전 한 편을 끝까지 만들어보는 구조다. 단순 교육이 아니라 실제 제작에 가까운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은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예산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장면을 늘리는 대신 줄이는 방향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장치보다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번 작품 역시 같은 흐름 안에서 만들어졌다. 복잡한 설정보다 인물의 상황과 선택이 앞에 놓인다.

국제영화제에서 이 유형의 영화가 반복해서 선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작 규모와 관계없이 인물과 상황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특히 개인의 선택과 관계를 중심에 둔 영화가 경쟁 부문에서 꾸준히 보인다. 거대한 사건보다 개인의 판단이 서사를 끌고 가는 방식이다.

다만 영화제 초청이 곧 산업 진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KAFA 출신 감독들이 첫 작품 이후 상업 영화로 연결되는 과정은 여전히 쉽지 않다. 제작 규모가 커지고 투자 구조가 달라지면서 요구되는 조건이 급격히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는 한 가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신인을 만드는 통로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교육 과정에서 완성된 영화가 국내 영화제를 거쳐 해외 경쟁 부문까지 올라가는 경로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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