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사진 보정 더 심하다”…셀카 속 외모 연출에도 경제 격차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일수록 사진 보정을 더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자기표현 방식 역시 경제적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텔레매틱스 앤드 인포매틱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중국 쓰촨대와 홍콩 폴리텍대 공동 연구팀은 중국의 대표적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샤오홍슈에 올라온 셀카 1만3000여 장을 분석해 사진 보정 정도와 지역의 경제 수준 사이의 연관성을 살폈다.
연구진은 얼굴 특징을 자동 감지하는 컴퓨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눈, 코, 입의 크기와 형태, 얼굴 비율, 피부 톤 변화 등을 수치화했다. 이후 게시물에 표시된 지역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 자료와 연결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경제 수준이 낮은 지역 이용자일수록 사진 보정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경제적 제약이 클수록 일상 속 통제감이 낮아지고, 사진 보정을 통해 자신과 주변 환경을 보다 나아 보이게 만들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경향은 식사나 친구와의 만남 같은 일상적 장면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기념행사나 특별한 이벤트 사진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보정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비율 역시 저소득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보정된 얼굴의 특징도 비교적 뚜렷했다. 눈은 더 크게, 코와 턱은 더 작게, 피부는 더 밝게 표현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모습이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는 ‘베이비 스키마’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큰 눈과 작은 코, 작은 턱 같은 유아적 특성은 사람들에게 귀엽고 따뜻한 인상을 주며, 친근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더 발전한 지역의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정을 덜 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보다 날카롭고 대담하며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직업적·사회적으로 신뢰와 권위가 중요한 환경에서는 과도하게 보정된 얼굴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도 봤다. 지나친 보정이 진정성을 해치거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소득 수준이 낮은 이들에게 ‘귀엽고 부드러운 인상’을 만드는 일이 일종의 생존 전략처럼 작동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따뜻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외모가 관계 형성이나 사회적 이동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사진 보정은 그런 이미지를 연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이용 기록을 바탕으로 한 상관관계 분석인 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사진 보정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대상도 특정 국가와 문화권에 한정돼 있어 다른 사회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경제적 조건이 현실의 삶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