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쓰되, 보도는 인간이”…뉴스룸 구조 재편 본격화
인공지능(AI) 확산과 크리에이터 경제의 성장 속에서 뉴스룸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콘텐츠 생산 방식뿐 아니라 언론사의 역할 자체가 재정의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그레고시 피에호타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수석연구원은 “미래의 언론사는 음반 회사와 유사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능 있는 창작자를 발굴하고 콘텐츠 생산을 확장하는 구조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은 뉴스 생산 방식의 변화와 연결된다. 기존 언론사는 내부 기자 중심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는 외부 크리에이터가 독자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 피에호타는 “언론사 소속 기자보다 크리에이터가 더 넓은 접점을 가질 수 있다”며 협업 모델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뉴스 소비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인 브랜드 기반 콘텐츠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전통 언론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는 흐름이다. 피에호타는 “시장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가 만든다”며 “AI 환경에서 이용자 행동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확산이 곧 저널리즘의 대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미디어컨설팅(IMC) 대표는 “AI는 쓸 수 있지만, 보도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기존 정보를 재조합할 수 있지만, 취재와 검증, 질문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AI 기반 콘텐츠가 확산될수록 저널리즘의 역할은 오히려 명확해진다는 분석이다. 세뇨르는 “검색 중심 정보 소비 시대가 지나가고 AI가 다수의 답을 제공하는 환경이 됐다”며 “언론은 질문하고 검증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보 환경 변화와 맞물린다. 생성형 AI는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지만, 사실 확인과 맥락 구성은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세뇨르는 “AI는 원천 출처에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며 “사실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담는 것이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라고 설명했다.
언론의 위치에 대한 재정의도 제시됐다. 세뇨르는 언론을 ‘혼란 속 정지 버튼’으로 표현했다. 정보가 과잉 생산되는 환경에서 필터링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빅테크 플랫폼과 이용자 사이에서 검증 장치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직 구조 변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얼 윌킨슨 INMA 대표는 “전략보다 조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정보를 전달하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며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기본 기능을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도 유지해야 할 요소로는 ‘브랜드’가 꼽혔다. 윌킨슨은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생산했다면, 앞으로는 독자와 직접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익 구조와도 연결된다. 광고 중심 모델이 약화되면서 구독 기반과 커뮤니티 기반 모델이 확대되고 있다. 독자와의 관계 형성이 콘텐츠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다.
AI 도입에 대한 태도 역시 변화하고 있다. 기술을 회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이동하고 있다. 윌킨슨은 “AI를 두려워하기보다 활용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라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공통적으로 ‘기술과 인간 역할의 분리’가 강조됐다. AI는 생산과 효율 영역에서 활용되지만, 취재와 판단, 책임은 인간이 맡는 구조다.
결국 뉴스룸 변화의 핵심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역할 재정의에 있다. 콘텐츠 생산 방식은 자동화되지만, 저널리즘의 핵심 기능은 오히려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시대 언론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와 검증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