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 ‘권력자 포함’ 공방…언론계 “제외” vs 민주당 “형평성 문제”

언론중재법 개정을 둘러싸고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권력자 포함 여부를 두고 언론계와 정치권 간 입장 차가 이어졌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10개 단체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치인과 공직자를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권력자의 소송이 언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법안 논의 속도를 늦추고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권력자를 일괄적으로 제외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가 특정 계층에 한정되지 않는 만큼 적용 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대신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한 보완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장치와 함께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절차를 강화하고, 고의·중과실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권력자 배제를 통해 해결하기보다 제도 설계로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접근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데 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수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주요 내용이다.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절차를 강화해 피해 구제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쟁점은 적용 대상과 절차 설계에 집중된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의무화하거나 조정 불복을 제한하는 방안,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한 중간판결 제도 등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조정 강제 여부와 절차 제한은 위헌 논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언론단체들은 권력자 제외를 요구하는 배경으로 소송 구조를 지목했다. 정치인과 공직자는 자원과 영향력이 큰 만큼 고액 손해배상 청구가 반복될 경우 비판 보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선거와 정책 보도 등 공익 영역에서 자기검열이 강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해외에서는 유사한 문제를 별도 법제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는 반SLAPP 법을 통해 공익적 발언에 대한 소송 남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공공 참여를 위축시키는 소송을 규제하는 지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양측은 피해 구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언론계는 적용 대상 제한을, 정치권은 제도 보완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법안 설계에 따라 언론 자유와 피해 구제 간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