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여 기자 늘었는데 기사 속 여성은 10%대…취재 구조가 성비 가른다

[사진: 제3회 한일여성기자포럼에서 하임숙 한국여성기자협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 언론에서 여성 취재원이 구조적으로 적게 등장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 성비는 개선됐지만 기사 속 목소리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기자협회가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한일여성기자포럼에서는 미디어 내 성별 불균형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 기자 비율은 30%를 넘어섰지만 기사에 등장하는 여성 취재원 비율은 10%대에 머물렀다.

분야별 격차는 뚜렷했다. 정치 분야 여성 취재원 비율은 14.5%에 그친 반면 남성은 84.5%를 차지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여성 취재원은 10.8%에 머물렀고 남성은 82.1%로 약 7배 이상 격차가 나타났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부교수는 포럼에서 한국 언론의 출입처 중심 취재 관행이 취재원 다양성을 제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치·경제 영역에서 여성 비율이 낮은 현실과 결합되면서 기존 네트워크 중심 취재가 반복된다는 취지다. 속도 중심 제작 환경 역시 새로운 취재원 발굴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같은 구조는 기사 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취재원이 반복 등장하면서 보도 관점이 제한되고 특정 시각이 강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취재 환경도 변수로 꼽혔다. 윤수희 KBS 콘텐츠제작본부장은 여성 취재원이 온라인 공격과 사생활 침해 우려로 인터뷰를 기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UNESCO는 2022년 보고서에서 온라인 폭력이 여성의 저널리즘 참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접근이 진행되고 있다. BBC는 취재원 성비를 측정·관리하는 ‘50:50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성 전문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취재 연결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사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비를 점검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젠더 데스크’ 제도를 도입해 부서별로 성평등 보도를 관리하고 있다. 조직 내 논의 구조를 공식화하면서 여성 의제 보도 비중과 내부 인식이 함께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여성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기사 기획 단계에서 성비를 점검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취재 단계뿐 아니라 편집 단계까지 포함한 구조 개선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또한 여성 기자 비율 증가가 곧바로 보도 다양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과제로 제시됐다.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와 편집 권한이 제한될 경우 취재원 구성 역시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포럼 참석자들은 미디어 성별 불균형 해소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콘텐츠 설계 방식과 조직 구조를 함께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