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으로 사는 미술…온라인 미술시장 15조 시대

[표:경매회사의 주요 경매형태를 조사한 결과, 12개 경매회사 중 일반 경매회사는 5개(41.7%), 온라인 경매회사는 7개(58.3%)로 조사됐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7개(58.3%)로 조사됐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갤러리와 경매장을 직접 찾던 전통적인 거래 방식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새로운 시장 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디지털 환경 확산과 글로벌 미술시장의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온라인 미술 거래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4 미술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온라인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약 118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미술시장 거래액 가운데 약 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온라인 거래 비중 역시 꾸준히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갤러리 거래 가운데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나타났다.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온라인 뷰잉룸을 통한 거래가 주요 경로로 자리 잡고 있다.
미술시장의 유통 구조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과거 미술품 거래의 중심이었던 아트페어의 영향력은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 약 166억 달러 규모였던 아트페어 거래액은 2023년 약 96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팬데믹 이후 미술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 제한과 전시 공간 폐쇄를 경험한 이후 온라인 거래 방식이 미술시장에서도 일상적인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온라인 거래 확산이 새로운 컬렉터층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미술품 구매 경험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비교적 쉽게 작품 정보를 접하고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예술경영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미술시장 접근성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미술시장 연구자는 “온라인 플랫폼은 기존 갤러리 중심 시장보다 접근성이 높아 새로운 컬렉터층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디지털 환경은 미술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갤러리와 미술관들은 온라인 뷰잉룸과 디지털 전시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전시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작품 공개와 판매가 병행되면서 미술 유통 방식도 점차 다양해지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기존 갤러리 중심 구조에서는 작품을 소개할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더 다양한 작가들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작품 소개가 확대되면서 미술 생태계의 진입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NFT 미술 시장 역시 디지털 환경 확산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분야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술 NFT 거래 규모는 약 12억 달러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NFT 시장 가운데 약 16%를 차지한다. 다만 거래액 자체는 전년 대비 감소해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NFT 미술은 초기에는 투기적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예술 작품의 한 형태로 자리 잡는 과정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2023년 주요 경매에서 NFT 작품 낙찰률은 80%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며 일정한 수요를 확인했다.
디지털 기술은 미술 유통 구조뿐 아니라 전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도 디지털 아트와 NFT 작품을 전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 등은 최근 디지털 아트를 주요 전시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며 새로운 예술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술시장은 전통적인 갤러리 중심 구조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가 결합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미술품 거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술 투자 시장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액자산가(UHNWIs)의 자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미술품과 수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술품이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술품이 대체 투자 자산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다만 온라인 거래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작품 진위 확인과 저작권 문제, 가격 투명성 등 새로운 과제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